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교에서 학생의 성 정체성 및 연애경험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설문조사를 반드시 해야 성적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A 대학에 다니는 진정인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에서 본인 성적을 확인하려 했지만 A 대학 학생 생활상담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응답해야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강의 평가를 해야 성적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A 대학은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것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설문조사는 약 100개 문항이며 ▲ 연애경험 유무 ▲ 연애 상대의 성별(동성인지 이성인지 여부) ▲ 첫 성관계 시기 및 성관계에 관한 생각 ▲ 피임 여부 ▲ 진로 계획 및 경제 사정 ▲ 가족과의 관계 ▲ 왕따 경험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설문조사에서 이름과 학번 등 고유식별정보를 수집한 것은 아니지만 성별이나 군필 여부, 입학 전형, 단과대학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신상 정보도 포함됐다.
A 대학은 설문조사 시작 후 학생들이 항의하자 일부 질문에는 '미응답' 할 수 있게 했지만 그 외 질문들은 응답해야만 성적확인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에 인권위는 "일반적인 강의 평가와 달리 설문조사 질문이 민감한 내용이었고 성적 확인과는 연관성이 없었다"며 "성적확인 시스템상 지나치게 사적이고 민감한 질문에 학생들이 응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설문조사를 강제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A 대학 학생 생활상담연구소장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A 대학 총장에게는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학생 생활상담연구소장과 해당 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