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만들어낸 상앙

입력 2019-06-2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마부(馬夫)의 국가는 어떻게 천하 강국이 되었는가

춘추전국 시대, 진시황은 백가쟁명의 기나긴 분열 상태를 종식시키고 천하통일을 이뤄냈다. 그런데 사실 진나라는 그 시조가 주나라 황제의 말을 끄는 마부였던, 중국 서북쪽 변방의 미개한 나라에 불과했었다. 그러한 진나라가 어떻게 갑자기 천하의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나라의 강대국화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앙(商鞅)의 개혁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상앙은 잔인한 정책을 추진하였고 끝내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걸려 자업자득으로 죽은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상앙은 주나라 왕실이 급속하게 쇠퇴해가고 약육강식의 전국시대가 도래한 역사적 흐름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변법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앙의 전략은 진나라 왕의 지지를 받아 개혁 성공의 기초를 다졌다. 중국의 장구한 역사에서도 오직 상앙 변법(變法)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두 가지 개혁만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가 내려질 만큼 상앙의 개혁은 그 효과와 영향력이 엄청난 것이었다.

中 역사상 성공한 개혁 두 가지

상앙의 개혁은 상앙 변법으로 표현된다. 특히 상앙은 군사적 공적을 세운 자에게 벼슬을 주는 ‘20등작(等爵) 제도’를 시행했다. 그 이전에는 오직 귀족들만 벼슬을 할 수 있었다. 귀족에게만 세습적으로 벼슬을 독점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었을 뿐 일반 서민들에게 벼슬은 꿈도 꾸지 못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상앙의 개혁은 누구든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군공(軍功)을 세우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런 기회를 쟁취하기 위하여 일반 평민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전쟁에 앞장서게 되었다. 반면 군주의 친척이라도 군공이 없으면 심사를 거쳐 족보에 올릴 수 없게 했으며, 전공(戰功)이 없는 사람은 비록 부유할지라도 영예를 과시할 수 없었다.

상앙의 이러한 정책은 진나라 군사체제를 획기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이후 진나라는 급속하게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상앙은 정전제를 폐지하고 토지사유제를 실시하는 한편 농작물과 방직물을 많이 생산한 농민에게 각종 노역과 세금을 면제해줌으로써 농업 생산력을 크게 증대시켰다. 또한 도량형을 통일하고 현제(縣制)를 시행함으로써 행정제도를 정비하고 중앙집권제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토대 위에 국력은 필연적으로 비약하게 되었고, 마침내 진나라는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전국칠웅(戰國七雄), 전국시대 일곱 나라 중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가 합종책(合從策)으로 동맹을 맺어야만 비로소 간신히 진나라에 맞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상앙 변법은 한마디로 전민(全民) 군사동원형 체제로서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 분명한 군사적 우위를 보였던 군사국가 스파르타와도 유사했다. 또한 경제 개혁에 토대를 둔 것으로서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명령형 계획경제였다. 자고로 개혁의 성패란 경제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한편 상앙은 한 집이 법을 어기면 아홉 집이 고발하고, 고발하지 않으면 곧 모든 집에 연좌법(連坐法)을 적용하였다. 간사한 자를 고발하지 않는 사람은 허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고, 나쁜 짓을 한 자를 고발하는 사람은 적의 머리를 벤 자와 같은 상을 내렸다. 나쁜 짓을 한 자는 적에게 항복한 사람과 같은 벌을 받도록 하였다. 상앙은 이러한 개혁을 통한 씨족 제도의 타파를 목적으로 삼았다. 즉, 지배 계급에 대해서는 특권층을 해체하여 왕권을 강화시켰으며 피지배 계급에 대해서는 씨족공동체를 해체하여 소가족을 만들고 이들 개인을 단위로 하는 납세, 군역(軍役), 치안의 조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또한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철저하게 억압하는 상앙의 중농억상(重農抑商) 정책은 유목민족이었던 진나라 백성들을 농경민족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정책이었으며, 이로부터 진나라의 국력은 급속하게 강대해졌다. 진나라는 이러한 상앙 변법의 시행을 통하여 천하통일로 가는 결정적인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자기가 만든 법에 걸려 죽다

상앙을 신임했던 효공이 세상을 떠나자 그간 상앙에게 형벌을 받고 복수의 날만을 기다리던 많은 무리들이 들고 일어나 상앙이 반란을 꾀하고 있다고 고발하였다. 결국 상앙에 대해 체포령이 내려졌다. 상앙은 급히 도망쳐 함곡관에 이르러 여관에 묵고자 했다. 하지만 여관 주인은 “상군(商君)의 법에 증명서가 없는 사람을 재워주면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라면서 방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상앙은 크게 탄식하였다. “법령을 제정한 폐단이 이제 이 정도까지 오다니!” 할 수 없이 그는 밤길을 재촉하여 위나라로 도망쳤다. 그러나 위나라는 진나라를 무서워해 그를 진나라로 추방했다. 마침내 그는 체포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상앙은 교화(敎化)라는 측면을 경시하고 오직 형법에 의한 엄벌 방식으로 채택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결국 자기 자신도 법망에 걸려 몰락해야 했다.

秦을 흥하게 한 것도 망하게 한 것도

상앙이 권력을 잡고 개혁을 강행할 때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위수(渭水) 강변에서 허리를 잘라 죽이는 요참형(腰斬刑)에 처했기 때문에 위수는 항상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가혹한 통치방식은 진나라를 강력한 군사국가로 변모시켜냄으로써 천하통일을 이루도록 만들었지만, 포용 정책은 전혀 없이 오로지 강압에만 의존하는 철권통치의 방식은 진나라가 천하통일 후 겨우 15년 만에 붕괴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었다. 즉, 철권통치는 힘을 결집시키고 발휘하게 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통일을 실현한 뒤 민심을 얻는 포용정책이 절실함에도 여전히 관성적으로 강압적인 정책으로 일관한 것은 천하의 인심을 잃게 만들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폭압에 반발하는 반란이 속출하고 진나라가 붕괴되기에 이른 것이었다.

뒷날 송나라의 대시인 소동파(蘇東坡)도 “진나라를 천하의 황제로 만든 자도 상앙이었고, 진나라를 망하게 만든 자도 상앙이었도다!”라고 읊었다. 그가 만든 연좌제 역시 중국 역사에 오점을 만들었고,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중국 역사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도 상업 천시의 전통을 낳게 하였다.

상앙은 정말 ‘총명(聰明)’했나?

사실 상앙에게도 미리 물러날 기회가 있었다. 언젠가 조량(趙良)이라는 선비가 찾아와 ‘총명(聰明)’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밖으로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을 귀가 밝다고 하여 ‘총(聰)’이라 하며, 안으로 자기 자신을 잘 성찰할 수 있는 것을 눈이 밝다고 하여 ‘명(明)’이라 합니다.” 상앙 당신은 과연 총명한가 물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덕에 의지하는 자는 흥하고 폭력에 의존하는 자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신은 마치 아침이슬처럼 위태롭습니다”고 하면서 스스로 물러나 편히 여생을 즐기며 살도록 권했다. 하지만 상앙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앙의 ‘총명’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889,000
    • +3.96%
    • 이더리움
    • 4,410,000
    • -0.27%
    • 비트코인 캐시
    • 604,500
    • +1.6%
    • 리플
    • 811
    • -0.12%
    • 솔라나
    • 291,100
    • +2.54%
    • 에이다
    • 808
    • -0.25%
    • 이오스
    • 783
    • +7.11%
    • 트론
    • 231
    • +0.87%
    • 스텔라루멘
    • 154
    • +2.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250
    • +2.15%
    • 체인링크
    • 19,440
    • -3.28%
    • 샌드박스
    • 405
    • +2.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