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로 보기는 어렵다. 장기간 지속돼 온 미국 중심의 단극체계(uni-polar system)가 위협받고 있다는 미국의 생각과 강한 중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이 접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G20 회의 기간 중 미중 양국이 무역협정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한다 하더라도 향후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불확실성의 확대는 이를 완화시키려는 정책적인 노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미 연준은 6월 개최된 FOMC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이에 여타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기고 있다. 금융 완화를 통해 위기 확산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하강 압력을 줄이기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적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위축, 금융 불안정 우려 등에 대한 정책적인 적응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G2의 충돌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상품을 만들어 유통되는 전체적인 단계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재를 생산하고 부품이나 중간재를 만들어 공급하며 이를 이용해 최종 상품을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조된 상품을 소비하거나 판매하는 역할은 미국이 주로 담당해 왔다. 중국은 상품을 조립하는 글로벌 제조공장의 역할을 주로 담당해 왔고 한국은 중간재나 부품을 제조해 중국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이러한 기존의 가치사슬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제조 2025’라는 기치하에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인공지능(AI) 관련 논문 건수가 미국을 넘어섰다는 점은 이러한 중국의 부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어 그동안 글로벌 제조 국가로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질 수 있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여타 국가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베트남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변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큰 변화 요인에 모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우선 기업 경쟁력이다. 살아남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남는 기업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에 성공한 기업일 것이다. 최근 설비투자의 감소가 GDP 성장률 하락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속성을 고려하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존의 틀에만 갇혀 있기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둘째, 새로운 산업 생태계이다. 그동안 산업 구도는 대기업 중심이었다. 대기업이 연구·개발해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대부분 담당하였다. 이러한 구도가 당장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결국 혁신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보다 유연한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