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남발하면서 주식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자 목적 확인과 함께 기업 실적에 기반한 선별 투자를 조언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로 12억9221만주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억2182만 주, 5억7038만주가 추가 상장되면서 오버행(잠재적인 과잉 물량)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은 총 132개사(코스피 35사, 코스닥 97사)로 전년 동기(코스피 34사, 코스닥 122사) 대비 소폭 줄었다. 하지만 주목할 대목은 실적 악화로 인한 운영자금 목적이 총 111개사(84%)에 달하는 사실이다. 비츠로시스, 데코앤이, 경남제약, 이엘케이, 아이엠텍 등 회생절차를 밟고 있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기업들도 상당수다.
통상 설비투자나 R&D(연구개발)를 위한 유상증자는 호재성으로 인식되지만, 재무구조나 유동성 개선 등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증자는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된다. 신제품 개발 투자를 위해 1189만 주를 증자한 쌍용자동차와 해외 수출 확대 등을 이유로 74만주를 추가 상장한 네오팜 등 21개사를 제외하면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긴급한 자금 조달이 많았다.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착한 오버행은 없다”며 “증자가 많아질수록 주식 가치 희석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3자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악재성으로 읽힐 수 있다”며 “대부분 사모 중심의 메자닌 투자인 만큼 주가 상승시 돈이 많은 투자자나 기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목별로는 코스피시장에서 두산건설(2억5133만주), 두산중공업(8500만주), 한진중공업(6874만주), 오리엔트바이오(6000만주), 상상인증권(4541만주)이 대규모 신주를 발행했다. 코스닥에서는 파인텍(3140만주), 디오스텍(2996만주), 상상인인더스트리(2860만주)가 눈에 띈다.
한편 유상증자 실시 기업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세를 이어갔다. 2월 13일 신주를 상장한 지스마트글로벌은 현재(26일 종가 기준) 63.56% 급락해 676원에 거래 중이다. 안트로젠(-50.41%), 퓨전데이타(-48.83%), 에이프로젠제약(-48.50%), 핸디소프트(-47.83%) 등도 급락세다.
장윤수 KB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회사 자본이 줄어든다”며 “다만 투자목적 등 긍정적인 전망이 기대되는 증자는 호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자 목적과 업황, 재무구조 등을 따져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