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섬유·패션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은 정부가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에서 제시한 주력산업 혁신 정책의 일환이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섬유·패션산업은 수출 1위 주력 업종으로 꼽혔지만 이후 투자 감소, 인력난 등으로 사양 사업이 돼가고 있다. 선진국엔 기술력에서 밀리고, 신흥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치이는 신세다. 이로 인해 2013년 섬유·패션산업 종사자 수는 17만 명에 달했던 2017년 15만 명으로 줄었다.
다만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일부 첨단 섬유에서 한국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아직 회생 잠재력은 남아있다. 원사부터 원단, 봉제, 의류에 이르는 가치사슬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섬유·패션 산업의 취업 유발 계수가 10억 원당 9.7명으로 제조업 평균(10억 원당 9.3명)보다 높아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스피드팩토어'다. 스피드팩토어는 속도(speedㆍ스피드)와 팩토리(factoryㆍ공장), 상점(storeㆍ스토어)의 합성어로, 자동화된 생산공정을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의류를 빠르게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위드인 24, 쇼 유어 스타일(Within 24, Show your style)'이란 이름으로 실증 사업 중이다.
정부는 스피드팩토어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소량 개별 주문 제품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390억 원을 투자해 봉제와 염색 등 부문별로 로봇,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등 스피드팩토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스피드팩토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번 대책에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정부는 탄소섬유, 안전 보호 섬유 등 고부가가치 섬유의 시장 확보를 돕기 위해 군경과 소방, 교통 등 공공 분야에서 국산 섬유 제품을 우선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3월엔 섬유 분야 신성장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의료용 섬유, 친환경 섬유, 섬유 기반 전기·전자 소재 등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키로 했다.
정부는 중소 섬유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내년 시행을 앞둔 화학물질관리법 적용에 관해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대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저장시설 방류벽 설치 등이 의무화하면서 물리적 공간 부족, 비용 부담 등을 호소하는 중소 섬유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부 등은 법 취지에 맞춰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업체 부담은 줄일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