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줄줄이 낙제점을 받았다. 일부 낙하산 기관은 재정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평가배점 개편 덕에 후한 평가를 받았다.
먼저 대한석탄공사는 종합등급에서 유일하게 ‘E(아주미흡)’ 등급을 받았다. 석탄공사는 지속적인 영업손실과 자본잠식으로 차입금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유정배 사장으로 수장이 바뀌었으나, 만성적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유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 총선거 경선에 참여한 친여권 인사다. 하지만 경력은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춘천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등으로 공사 업무와 무관해 낙하산이란 비판이 나온다.
‘미흡(D)’ 등급을 받은 기관 중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마사회가 대표적인 낙하산 기관장 공기업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연 53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임원의 절반이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다. 유태열 사장은 퇴직경찰 553명과 함께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한국마사회의 김낙순 회장은 대선에서 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의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강소형 기관 중에 D등급을 받은 영화진흥위원회 수장은 영화감독 출신인 오석근 위원장으로 2017년 대선에서 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다른 낙하산 기관들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강원랜드(공기업),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인터넷진흥원(이상 준정부기관) 등은 한 단계 위인 ‘보통(C)’ 등급을 받았다.
강원랜드의 문태곤 사장,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권경업 이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김형근 사장,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김동만 이사장,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김석환 원장 모두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감사원 차장 출신임 문태곤 사장은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를 단절할 적임자로 꼽혔으나, 실적 부진 등으로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다.
반면, ‘정권 실세’들이 수장인 일부 기관은 실적 부진에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김용익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문계 인사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은 1778억 원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경영평가에선 A 등급을 받았다.
안전사고를 낸 한국철도공사와 기금운용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공단도 B 등급을 받았다. 철도공사의 오영식 전 사장과 국민연금공단의 김성주 이사장도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친문계 정치인이다.
이들 기관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올해부터 경영실적 평가에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와 국정과제 이행도에 대한 가점이 대폭 확대된 덕분이다.
김준기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장은 경영실적 및 안전관리가 미흡한 일부 기관이 높은 평가등급을 받은 데 대해 “지표의 구성상 경영평가라는 것은 종합적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또는 미션으로 주어진 사업들을 효과적으로 잘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등이 발생해도 전반적인 점수는 좋게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