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국인 A 씨가 채무자 B 씨 부부를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채업을 하던 A 씨는 2009~2011년 중국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던 B 씨 부부에게 500만 위안(약 8억50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B 씨 부부는 2014년 현지에서 사업에 실패하자 개명을 한 후 제주도로 이전해 영주권 획득을 위한 부동산, 차량 매입 등을 통해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넘어온 A 씨는 B 씨 부부의 부동산 등에 가압류 신청을 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낸 후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중국 국적을 가진 A 씨와 B 씨 부부에 대한 민사소송을 국내 법원이 진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제사법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1심은 “소송 당사자 간 대차계약의 체결, 대여금의 수령, 차용금 중 일부의 변제 모두 법정지인 대한민국과 무관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이상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피고들은 분쟁을 회피하고자 중국을 떠난 뒤 대한민국에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재산을 취득했으므로 원고가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가 피고들의 국내 재산을 가압류한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 소를 제기할 실익이 있다”며 9억 원을 반환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