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은 날로 악화하고, 4차 산업혁명도 진척되지 못해 성장 원천이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우리 기업의 미래준비 실태조사’ 결과다. 조사는 기업들이 ‘샌드위치 현상 심화’ ‘신기술 활용 애로’ ‘미래 수익원 부재’라는 3중고에 몰려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은 신흥국의 역전 위협과 선진국과의 격차 확대를 동시에 우려했다. 신흥국에 비해 경쟁력이 비슷하거나 뒤처진다고 응답한 기업이 41.1%에 달했다. 또 선진국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답변도 61.2%나 됐다. 선진국에 치이고, 신흥국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도도 낮았다. 기업의 48%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46%는 일부 활용에 그쳤다.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지원 등 정책 대응이 미흡한 것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66.9%의 기업이 미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찾지 못한 실정이었다. 현재 주력 사업이 수익원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0년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본 곳도 60.6%였다. 10년 뒤 어느 기업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성장잠재력 상실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사업모델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여건인데,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고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걸림돌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기업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마음대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투자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만 늘어나는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임금·노동 규제가 그렇고, 기업 의욕을 위축시키면서 경영 부담만 늘리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도 마찬가지다. 상의는 기업들이 신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회와 시장을 만드는 제도 및 플랫폼을 정비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17일에도 국회를 찾아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박 회장은 “기업과 국민 모두 오랜 세월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며 “격랑에 흔들리는 기업들이 하소연할 곳 없어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정부와 정치권을 직접 찾아 절박하게 규제개혁을 호소한 것은 그동안 수십 차례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규제개혁의 말만 앞세울 뿐 실제로 달라지는 게 없다.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미래 준비를 새로운 성장산업 발굴이 조속히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이미 시간을 놓치고 있다. 획기적인 규제혁파, 투자환경 개선이 정말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