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ODI)이 141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97억4000만 달러)에 비해 44.9%나 늘어났다. 1981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우리 기업의 국내 총투자는 131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6억2000만 달러에 그쳐 15.9%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의 해외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제조업 투자는 57억9000만 달러로, 증가율이 140.2%에 이르렀다. 1분기 중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기업인 슈완스를 인수했고, LG전자와 롯데케미칼이 미국 테네시와 루이지애나에 각각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SK이노베이션도 조지아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기업들의 베트남, 인도 등에 대한 설비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공장 대신 해외에 생산시설을 짓는 탈(脫)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이 더 이상 투자매력을 잃고 있는 요인은 많다. 겹겹이 쌓인 규제가 최대 걸림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성은 오르지 않은 채 기업 인건비 부담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감세(減稅)정책과 투자 인센티브와는 거꾸로 한국은 오히려 법인세 최고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올렸다. 게다가 정부의 친(親)노동 일변도 정책으로 강성노조들의 과격한 투쟁과 걸핏하면 공장을 세우는 파업이 일상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쫓기듯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의 해외탈출이 가속화하는 현상은 국내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줄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또 국내투자 감소는 생산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후퇴를 초래한다.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0.4%로 추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투자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힘들다. 대통령이 규제혁파를 얘기해도 일선 관료들이 꿈쩍 않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공정거래법과 상법, 산업안전법 등의 기업규제는 더 가혹해지고 있다.
정부의 갈등 조정능력도 실종됐다.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다가 ‘전자파 괴담’에 휘둘린 주민 반발에 부딪쳐 결국 무산됐다.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철소 가동을 장기 중단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정지 명령까지 나온 것에 이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런 환경에 어떻게 기업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건가. 아무리 투자환경 개선을 외치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유턴을 촉진하는 정책 지원을 얘기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규제개혁과 기업정책의 근본부터 쇄신하지 않으면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