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 모두 달러화예금을 중심으로 늘렸다. 기업은 결제일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소위 레깅(Lagging)전략을 통해 현물환 매도를 지연했고, 개인은 현물환 매수에 나섰다.
반면 엔화예금은 석달째 줄며 1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엔 환율 급등한 탓이다. 외은지점 예금도 5개월째 감소하며 1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말보다 24억1000만달러 증가한 65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전월에는 632억달러에 그치며 2016년 12월말(589억1000만달러) 이후 2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인 바 있다.
주체별로 보면 기업은 17억7000만달러 늘어난 517억3000만달러로 한달만에 50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개인도 6억4000만달러 증가한 13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거주자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에 빗대 제2의 외환보유액 내지 민간 외환보유액이라고 불린다.
반면, 엔화는 9000만달러 줄어든 38억7000만달러를 보였다. 이는 2017년 8월말(37억5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2월 45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석달째 줄었다.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화등 기타통화 역시 1억2000만달러 축소된 14억8000만달러로 2017년 1월말(14억4000만달러) 이후 2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채희권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컸다. 수출기업들은 현물환을 레깅했고, 개인들은 예금을 늘렸다”며 “반면 엔화예금은 원·엔 환율에 연동하며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현물환 매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달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다시 환율 상황에 연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은행별로 보면 국내은행은 24억3000만달러 증가한 55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외은지점은 1억2000만달러 감소한 96억8000만달러로 2017년 9월말(93억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작년말 116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들어 계속 줄어드는 양상이다.
김자영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중국계 외은쪽에서 거주자외화예금을 크게 보유했던 이후 외은지점 자금은 꾸준히 줄고 있다. 나머지 외은지점중 자금규모가 큰 곳은 한두곳에 불과한데다, 대기업이나 고객관리 차원에서 영업에 나서는 국내지점과 달리 대부분 수동적으로 예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