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의 회계감독 방식을 재무제표 중심으로 전환해 제재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사소한 위반은 제재 대신 수정을 권고한다.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회계감독을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ㆍ지도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감리해 기업의 회계부정을 적발하고 제재해왔으나 앞으로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심사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는다. 이전에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단순 과실이라도 해당 기업을 정밀 감리했으나 앞으로는 위반 수준이 경미하면 재무제표 수정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은 이를 반영해 공시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국 사례처럼 일단 재무제표와 이를 작성한 기업에 대한 심사를 먼저 하고, 문제가 있으면 감사인이 감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보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편의상 감사인이 감사한 결과를 보면서 감사인과 기업을 같이 감독해왔으나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공시한 재무제표를 심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시정조치를 해 적시 조치 및 예방 개념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거나 수정 권고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은 감리 대상으로 전환한다. 대상 기업은 현재와 같은 감리를 거쳐 혐의가 확인되면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재무제표 심사 조직과 감리 조직을 분리한다. 현재는 금감원 회계심사국이 심사와 감리를 모두 맡고 있다. 앞으로는 회계심사국은 심사만 담당하며 감리는 회계조사국, 회계기획감리실 등으로 이관한다.
아울러 재무제표 심사를 3개월 내 마치기로 했다. 신속한 회계감독이 이뤄지면서 상장사의 감리주기는 현행 20년에서 13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장준비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와 거래소의 책임을 강화한다.
상장주관사는 기업의 재무제표, 중요사항의 허위기재와 기재누락을 적발해야 하는 책임을 갖는다.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확인해 그 내역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위반 시 과징금 상한 한도를 현행 20억 원에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상장준비기업의 회계처리 관련 심사를 강화해 현재 코스피 상장 심사 시에만 의무화돼있는 내부통제시스템 심사를 코스닥 상장사에도 확대 적용한다.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내실화를 위해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품질관리 자체평가제도를 도입해 그 결과를 감독기관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회계기준에 대한 질의창구를 확대해 현행 금감원에 회계기준원을 추가했다. 기업의 회계처리역량 지원을 위해서다. 감리 중 쟁점이 되는 또한 매년 두 기관은 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 등을 사례화 해 공개하도록 했다.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번 방안은 상장주관사 책임 강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 친화적으로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업도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재무제표 심사 및 회계기준 질의회신 관련 사항은 지체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하고 감독기관 내부지침은 올해 3분기 중 개정 완료할 계획이다. 상장주관사의 책임 확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