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날 대만 북부 신베이 본사에서 1991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투자자를 위한 설명회를 열고, 궈타이밍 회장의 퇴임에 따른 신경영 체제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회사는 미중 무역 마찰을 둘러싸고 깊어지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4월 차기 대만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궈 회장은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21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후계자로는 류양웨이 반도체 부문 대표이사가 유력하다. 이날 설명회도 류 대표가 진행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의 핵심은 미중 무역 갈등과 이 사태가 폭스콘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특히 최대 고객인 애플 제품 생산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애플 등 고객으로부터의 미국 시장용 수요에 부응할 충분한 생산 능력이 중국 밖에 있다”며 “고객의 필요에 따라서는 (중국 외) 세계 각지의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폭스콘은 브라질 멕시코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체코 미국 호주 등 15개국에 공장이 있다. 류 대표는 “애플은 24시간 미중 무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생산망 재편에 대해 양사가 협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폭스콘의 생산 재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9월 중국산 서버 및 통신장비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10% 부과하고, 올해 5월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깨지면 약 3000억 달러(약 354조4500억 원)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럴 경우 아이폰 등 애플 제품도 관세 대상이 된다.
류 대표는 “애플은 아직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생산을 옮기라는 지침을 주지는 않았다”며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이전할 수 있다. 2년 전 미국 위스콘신주에 생산 기지를 건설할 필요성을 예견했듯이 신속하게 무역 전쟁에 대응하고 현지 생산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폭스콘은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 달러를 들여 LCD 패널 공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2020년 말까지 현지에서 서버와 LCD 패널 등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했다. 투자 규모는 14억~1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2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5G와 자동차 전장, 산업용 인터넷과 반도체 등 새로운 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폭스콘이 투자자 설명회를 연 건 1991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회사 주가는 1년 새 2% 이상 하락했고, 궈 회장이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회사의 앞날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폭스콘은 류 대표를 중심으로 그룹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영위원회’를 설치, 집단지도 체제로 전환해 1인 지배 리스크에서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