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와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합병을 논의하고 있으며 수일 안에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직 정확한 합병 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100% 지분 교환 형식으로 이뤄지며 성사되면 UTC 주주들이 합병 후 탄생될 새 회사 과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오티스 엘리베이터와 캐리어 빌딩 시스템 사업을 분사하려는 UTC의 기존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레이시온은 UTC의 항공우주 사업부와 합치게 된다. 소식통들은 UTC의 분사, 레이시온과의 합병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UTC는 내년 상반기 분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총 1660억 달러(약 197조 원)에 달한다. 분사를 고려해도 합병된 새 회사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합병이 성사되면 연매출이 700억 달러를 넘어 항공우주와 방산 부문에서 보잉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규모가 커지는 것 이외에도 합병은 상업용 항공우주 시장과 방산 시장의 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UTC의 그렉 헤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합병된 회사를 CEO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시온의 토머스 케네디 회장은 회장직을 맡게 된다.
올 들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나온 가장 큰 인수·합병(M&A) 제안은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740억 달러 규모 세엘진 인수였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UTC와 레이시온의 합병을 예상했다고 WSJ는 전했다. 양사는 주요 사업부문이 달라서 기술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UTC는 에어버스 A320네오와 F-35 전투기 등 상업용과 군사용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프랫&휘트니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레이시온은 미국 4위 방산업체로 토마호크 미사일과 레이더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60여 개 대기업이 난립했지만 현재는 5곳의 소수 계약업체가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상태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롭그루먼과 레이시온, 제너럴다이내믹스가 바로 미국 5대 방산업체다.
펜타곤(미국 국방부)은 이들 주요 방산업체의 합병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다만 UTC의 항공우주사업과 레이시온의 결합은 방산분야에서 거의 중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합병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