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손실을 주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의 물을 흐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른바 ‘불성실공시’로 대변되는 부실 공시다. 불성실공시에는 주요 경영사항 등을 기한 이내에 신고하지 않는 공시 불이행이나, 이미 신고·공시한 중요 내용에 대한 전면 취소나 부인 등의 공시번복, 기공시한 사항 중 중요한 부분에 대해 변경이 발생한 공시변경 등이 있다.
이러한 불성실공시는 금융감독당국의 감시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6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건이 더 늘었다.
특히 코스닥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불성실공시 지정은 유가증권 기업보다 빈번하게 이뤄진다. 코스닥기업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14년 48건에서 2016년 72건으로 증가했다. 2017년은 71건으로 유사했고, 작년에는 94건으로 증가 폭이 컸다. 올해 역시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지정 건수는 전년과 유사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백억 원 규모의 사채 발행을 추진하거나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호재성 공시를 냈다가 얼마 뒤 이를 번복하거나 이행하지 않아 한순간에 불성실공시법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리면, 최초 공시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강화된 규정 탓에 과거처럼 단순히 벌점 몇 점을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최근 1년간 공시의무 위반으로 벌점 15점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이 되고, 지정 이후에도 1년간 벌점이 15점 이상 쌓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아울러 불성실공시가 잦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보다 강화한 규정을 적용해 1년간 불성실공시 벌점 15점 이상이면 바로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공시 의무 위반이 반복되는 기업에 대한 상장적격성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불성실공시법인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지난달 코스닥시장 공시 강화 과제를 내놨다. 규모나 수익 구조상 공시 담당 조직이나 인력이 없어 제때 공시를 내지 못하는 기업을 배려해 공시 대리인 지정 허용과 공시역량 강화 등의 지원책도 병행키로 했다.
정부의 규제 외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공시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다. 불성실공시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위반 기준이 강화된 탓도 있겠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음도 방증한다. 신뢰 못 할 ‘양치기 소년’ 같은 기업에 소중한 재산을 내줄 투자자는 없다. 상장사라면 지켜야 할 투자자 정보 제공을 잘 지켜왔는지 돌아보고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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