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오는 8일부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발표한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이 현재까지 제안된 관세를 모두 실행하면 내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4550억 달러(약 536조 원)가 증발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이는 증가율이 0.5%포인트 떨어지는 것”이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규모보다 더 큰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해당 내용을 IMF 블로그에도 올렸다. 블로그에서 그는 “현재의 무역긴장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장 최근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부과한 관세가 투자와 생산성, 성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멕시코에 제안된 미국의 관세 역시 우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가 현 무역긴장의 패배자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는 스스로 상처를 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떤 형태로든 추가적인 장벽을 피해 최근 세워진 무역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IMF는 2주 간의 중국 실사를 마치고 이날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의 6.3%에서 6.2%로, 내년은 6.1%에서 6.0%로 각각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2024년 성장률이 5.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케네스 강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긴장이 중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 제한적”이라며 “새롭게 촉발된 무역갈등은 불확실성과 경제 전망 하향 리스크의 뚜렷한 원천이 될 것이다. 다만 몇 개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IMF가 부정적인 관측만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IMF는 이날 발표한 ‘G20 감시 노트’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경기부양 쪽으로 되돌리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굳혀질 수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의 3.3%에서 내년 3.6%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IMF는 무역 장벽 지속이나 확대 이외에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무질서해지거나 중국의 최신 경기부양책이 지속 가능한 성장 패턴으로의 이행을 지연시키는 등 경기하강 리스크가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