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7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시즌으로 배당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데다 반도체 단가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교역량 둔화로 수출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배당시즌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마무리되면서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올해 665억달러 흑자 전망에는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6억7000만달러로 전년동월(96억2000만달러)에서 41.1% 급감했다. 이 역시 2012년 5월(-620.3%) 이후 5년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수출은 483억달러로 전년동기(515억달러) 대비 6.2% 감소했다. 작년 12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다. 반면 수입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418억9000만달러) 보다 1.8% 늘어 넉달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통관기준으로는 수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한 48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선박(56.7%↑, 26억8000만달러)과 가전제품(24.7%↑, 7억9000만달러)이 증가했지만, 반도체(12.7%↓, 86억8000만달러)와 철강제품(8.1%↓, 37억9000만달러) 등이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2.6% 증가한 448억3000만달러를 보였다. 자본재 수입이 0.3% 감소했지만, 원자재(1.8%), 소비재(11.5%) 수입은 늘었다.
이는 반도체 단가하락과 세계교역량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8기가 D램 기준 월평균 단가는 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월 9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자소득수입은 17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해외에 지급한 이자소득지급은 9억7000만달러로 1998년 10월(11억3000만달러) 이래 역대 2위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기간보다 배당금 지급이 줄고 이자소득수입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 적자규모는 전년동월 56억2000만달러에서 43억3000만달러로 줄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이들이 받은 월급을 해외로 송금하면서 이전소득수지도 5억7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전년동월 19억8000만달러에서 14억3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중국인(유커)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6억8000만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입국자수는 163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보다 22.8% 증가했다.
금융계정은 3억8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돈보다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증권투자를 보면, 내국인의 해외투자 규모는 5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식에 37억달러를, 채권에 16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는 20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주식에 22억60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채권에선 대규모 만기도래 여파로 2억2000만달러를 뺐다. 이는 석달만의 유출이다.
양호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 수출도 부진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세계교역량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배당 시즌이 끝나는 5월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월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2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245억달러(연간 665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한은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05억8000만달러로 단순 계산해도 두달 동안 1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