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은 지난해 기준 5조 6300억원대로 전세계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가장 큰 시장으로 등극했다. 이는 디저트 강국인 일본(4조 8400억원)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커피전문점 이용 고객들의 구매력도 높다. 한국인들은 커피전문점에서 1인당 연간 10만 9089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 18만 5298원어치를 소비한 이스라엘에 이어 전세계 2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한국 커피전문점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대부분이 스타벅스를 떠올리지만 현재와 같은 커피전문점의 효시는 할리스다. 할리스는 1998년 서울 강남에 첫 매장을 열며 ‘커피공화국 코리아’의 문을 열어젖혔다. 스타벅스는 이듬해 이화여대에 1호점을 오픈하며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커피업계에서는 전문점 역사의 첫 페이지를 ‘할리스’의 첫 매장 오픈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커피 시장의 급팽창에 불을 지핀 것은 스타벅스의 진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스타벅스가 1호점을 연 1999년 한국의 커피 시장규모는 2700억 원에 불과했다. 전문점 뿐만 아니라 커피믹스, 원두커피, RTD커피 등 모든 커피 시장을 합한 규모가 2700억 원으로 지난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의 2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전체 커피 시장규모는 12조 원(업계 추산)으로 스타벅스 진출 당시 대비 44배나 커진 셈이다.
그 중에서도 커피전문점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10년 전인 2009년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1년 2조 8000억 원으로 성장한 후 지난해에는 5조 6000억원대로 확대됐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국내 커피 산업 동향에서도 국내 커피 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06년 253잔에서 2017년 512잔으로 두배 이상 많아졌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 수는 8만159개, 종사자 수만 6만명에 이른다. 한국 자영업의 상징인 치킨집 약 8만7000개에 육박하는 수치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올 2월 기준)
국내 커피 전문점 업계도 지난 20년간 부침이 있었다. 커피전문점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대형 커피 전문점이 주를 이뤘다면 2000년대 후반들어 강세를 보인 것은 이디야, 빽다방 등 이른바 가성비 높은 브랜드들이 매장수를 크게 늘렸다. 이디야는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 수 1위로 최근 국내 업계 최초로 2500호점을 돌파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커피전문점의 프리미엄화가 본격 진행됐다. 스타벅스는 스페셜티만 취급하는 리저브 매장을 확대했고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전문점들도 늘고 있다.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배경 역시 한국의 커피문화가 성숙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모니터 이희은 선임 연구원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커피를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페셜티 커피가 각광받았던 만큼 블루보틀은 한국의 스폐셜티 커피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