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보고서] 카페베네, 무분별한 확장에 '쓴맛'…우여곡절 10년, '다시 초심'

입력 2019-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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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카페베네, 9개월만에 회생법원 졸업하고 새단장…법정관리 9개월 만에 벗어나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오듯 카페베네는 유럽에서 ‘카페’를 가져왔다. 그렇게 토종 커피전문점이란 혼종이 탄생했다. 커피가 아직 어색했던 환경에서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렸지만, 그 늘어난 매장이 브랜드를 추락시켰다. 어디에나 있던 카페베네가 이제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시작과 성장, 추락 그리고 회생까지. 카페베네는 10년 그래프 안에 이 모든 걸 담을 정도로 역동적이었다. 이제는 원점으로 돌아가 고객들을 새로 맞이해야 할 카페베네를 들여다봤다.

2018년 10월 11일,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Caffe bene)가 9개월 만에 서울회생법원을 졸업한다. 회생법원은 회생절차에 들어온 기업을 위해서 늘 조기 종결을 목표로 하지만, 인수자도 신규 자금지원도 없이 조기 종결한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회생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파산을 선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카페베네가 회생 과정에서 자력으로 생존하겠단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는 의미다. 법원은 수익성을 향상하려는 카페베네의 노력을 고려해 “실질적인 회생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회생 종결을 선언했다.

◇ 유럽 카페 ‘모티브’…토종 커피 브랜드의 시작 = 카페베네는 회생법원을 졸업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김선권 대표가 국내 카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08년 4월 직영 1호점을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처음으로 낸 것이 카페베네의 시작이다. 이 카페는 유럽의 카페를 모티브로 했다. 모기업에서 벗어나 그해 11월에 단독 법인을 신설했다. 이후 가맹업이 시작됐다.

당시 국내는 막 커지기 시작한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카페 프랜차이즈는 없었고 커피산업도 이제 도약을 하던 시기였다. 카페베네는 올라가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것이다. 카페베네는 커피 외에 와플, 빙수, 젤라토 등 기존 카페가 도전하지 않았던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며 시장의 빈틈을 노리는 데 성공했다. 커피산업의 성장기에는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커피는 사치 음료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디저트 카페는 고객들이 카페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고, 커피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에게 커피 외의 다른 것으로 유도했다. 이렇게 카페는 하나의 놀이터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카페문화를 형성하는 데 카페베네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

커피산업이 도약하던 시기와 카페베네의 성장이 맞물렸다. 맛에 대한 평가를 뒤로하더라도 카페베네는 사실상 시장이 키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카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카페베네는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5년 만인 2013년 카페베네는 매장 100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한 다리 건너서 카페베네가 있다고 해서 ‘바퀴베네(바퀴벌레+카페베네)’라는 웃지 못할 별칭이 붙기도 했다. 어쨌든 프랜차이즈의 수익은 ‘매장 수’와 직결된다. 2012년 말 기준 카페베네는 2207억 원의 매출과 6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2012년은 카페베네의 전성기이자 전환점이었다. 해외 1호점인 뉴욕타임스퀘어점과 2호점인 베이징점을 각각 2월과 4월에 문을 열었다. 주가를 높이던 김선권 대표는 카페베네의 성공 신화를 담은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카페베네는 적자로 돌아선다. 사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부실 징후는 점차 재무상태에 기록되고 있었다. 매출은 정체된 상황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줄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추락했다. 과도하게 매장을 늘린 부작용이 서서히 카페베네를 잠식하고 있던 것이다.

커피산업의 성장은 동시에 카페베네의 발목을 잡는다. 카페 매장이 우후죽순 출범하고 이디야 등 저가브랜드까지 등장하면서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저가 브랜드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카페베네는 정체성을 잃어갔다. 본점과 가맹점 간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당시 카페베네의 매장 인테리어는 통일성을 갖춰야 했다. 매장마다 고가의 ‘에어맥’을 구비해야 한 것도 대표 사례다. 가맹점주로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 “외형 확장에 집착한 탓에 내실 못잡아” = 카페베네는 커피 맛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커피 맛은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당시 카페베네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김선권 대표와 함께 카페베네의 성장을 이끌었던 고(故) 강훈 대표는 2011년 5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커피 맛이라는 본질적인 요소를 등한시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도 매장이 많아지면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부분을 인정하기도 했다. 매장 확장에 매몰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족을 불식하기 어려웠다. ‘맛없는 커피’란 인식은 카페베네에 주홍글씨로 남았다.

2015년 말 김선권 대표의 카페베네 지분은 61.02%에서 7%로 줄어든다. 대신 주주였던 K3파트너스가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6년 3월 카페베네는 브랜드 인테리어를 변경하고 메뉴도 변경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시그니처 마지막 장면인 카페베네 로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매장의 성장에 집중했던 과거 모습을 탈피하고 질적 성장을 통해 마니아 고객을 만들겠다는 의지 중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추락하는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2018년 1월, 서울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2018년 5월 카페베네는 서울회생법원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담보권자 99%, 회생채권자 83.4%의 동의를 받았다. 회생담보권은 100% 현금으로 변제했다. 회생채권의 3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70%에 대해선 10년간의 상환 유예기간을 받았다. 카페베네는 청산가치 161억 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 415억 원의 존속가치를 인정받았다. 법원도 자력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테리어 비용 줄이고, 커피 품질 높여 = 카페베네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들을 회생 과정에서 바꾸는 노력도 보였다. 우선 프랜차이즈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였다. 40평당 9200만 원이 소요됐던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은 900만 원으로 줄였다. 직접 시공하던 인테리어 사업도 멈췄다. 주방설비 비용도 9420만 원에서 6800만 원으로 삭감했다. 제조사업도 커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젤라토류와 나머지 제품 재료도 더는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커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병행했다. 1kg당 3789원이었던 커피 원두는 지난해 6432원으로 단가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도 0.7%에서 0.95%까지 끌어올렸다. 원두 품질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 양주에 있는 로스팅 공장도 매각하지 않았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회생 과정에서 원두를 로스팅하는 양주공장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향후 카페의 미래를 위해서 이를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카페베네의 전국 매장은 350여 개로 추산된다. 여전히 늘어나기보다는 카페가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 그 감소 폭이 줄기 시작했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291억 원, 영업이익 2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강남에 철수했던 카페베네는 2019년 5월 선릉역 부근에 매장을 새로 열었다. 과거의 짙은 캐러멜색의 카페베네는 밝고 경쾌한 빛깔로 새로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숨을 쉬게 된 카페베네. 그 다음 10년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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