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30일 신고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이 농장에서 키우던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는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바이러스성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체에는 감염 위험성이 없지만 돼지에 전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주로 오염된 잔반이나 돼지고기 제품을 통해 전파된다. 지금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한 번 발생하면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첫 발병 이후 6개월 만에 23개 성(省), 4개 직할시로 퍼졌다. 폐사하거나 살처분된 돼지만 1만 마리가 넘는다. 올겨울 들어선 중국과 인접한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와 동남아시아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북한 농장도 북·중 국경 지역에 있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경 지대를 넘어 평안도 등으로 남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 내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260만 마리로 추정된다.
북한 내 발병으로 국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우려가 더 커졌다. 남북 접경지대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전파원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을 오가는 사람이나 차량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우선 북한과 인접한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 김포시ㆍ파주시ㆍ연천군, 강원 철원군ㆍ화천군ㆍ양구군ㆍ인제군ㆍ고성군 등 시군 10곳을 아프리카돼지열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농식품부는 이들 지역에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돼지 농가 353곳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검사키로 했다. 또 접경 지역 농가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포획틀과 울타리도 조기 설치하기로 했다. 북한 상황이 심각해지면 이 지역에서 돼지 이동제한(스탠드스틸), 출하 도축장 지정도 검토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경기 파주시 도라산과 강원 고성군에 설치된 남북 출입사무소 인력과 차량 소독도 강화키로 했다. 통일부 역시 "정부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접경지역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국방부, 환경부, 통일부 등과 북한 ASF 발생과 관련된 강화된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