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유출된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다. 몇백만 원의 돈을 들여 삭제해도 마음 놓기 어렵다. 언제 어떤 이름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유통될지 모른다.
이에 정부나 여성 단체 등은 피해 구제를 위해 삭제 지원에 나섰다. 또 불법 촬영물 삭제를 위해 들인 비용의 책임도 가해자에게 둗기로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11월 8일 대표 발의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성폭력방지법)이 지난해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성폭력방지법' 국회 통과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이 법안은 삭제에 드는 비용은 성폭력 행위자가 부담하도록 하되, 국가가 해당 비용을 지출한 경우 성폭력 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영상물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2항은 동의를 얻어 촬영했으나 사후 촬영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촬영 당시 피해자가 동의했는지 여부가 유포자의 최고 형량에 차이가 낳는다는 점이다. 또,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타인이 유포하는 경우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성폭력 특례법상 없다. 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과 2항 모두 처벌 대상을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한다.
실제 남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음란물 유포로 재판받은 1680명 중 징역·금고형을 받은 인원은 30명(1.8%)에 불과했다.
남 의원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 특성상 개인적 대응이 쉽지 않아 경제적 부담을 감수한 채 민간전문업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가 삭제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건 유포에 대한 '억제장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