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수소와 수송용 LNG 등 에너지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산업 육성에 2030년까지 4조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종전의 천연가스 산업에다 수소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가스공사는 수소 산업에서 경쟁 기업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수소 경제 초기 단계에서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하고 수증기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 방식이 가장 경제적인 수소 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4854㎞에 이르는 천연가스 배관망과 천연가스 관리소 403곳을 가진 가스공사가 수소 산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스공사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수소 생산·유통 인프라 확충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이를 위해 앞으로 10여 년간 전국에 수소 생산기지 25곳을 구축하고 공급 배관망도 700㎞ 증설한다. 수소 생산시설을 비롯한 해외 수입·공급망도 갖출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인프라 구축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현재 6500~7500원가량인 수소 공급 가격을 4000원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스공사는 수소차 보급을 위한 충전소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 초 현대자동차, 에어리쿼드코리아 등과 함께 수소 충전소 설치·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수소에너지네트워크(Hydrogen energy Networkㆍ하이넷)’를 설립했다.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 충전소 100곳을 설치하는 게 하이넷의 목표다. 가스공사는 하이넷이 수소충전소를 더 효율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가스공사 등 수소 공급업체와 효성중공업, 범한산업 등 충전소 설비업체, 수소차 제조업체인 현대차가 하이넷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수소와 함께 역량을 모으고 있는 다른 분야는 수송용 천연가스다. 수송용 천연가스는 경유나 휘발유 등 기존 연료보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나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박용 연료로 공급하는 ‘LNG 벙커링’ 사업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 규제가 시행되면 LNG의 환경 경쟁력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 LNG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자 IMO 규제의 타깃인 황산화물(SOx)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서다. LNG는 여기에 이산화탄소와 다른 미세먼지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기존 연료보다 각각 최대 20%, 80% 적다.
가스공사는 LNG의 이 같은 강점으로 국내 선박용 LNG 연간 수요가 지난해 4500톤에서 2030년 136만 톤으로 30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스공사는 이에 대비해 부산항에 LNG 공급 체계 구축을 준비하는 한편 LNG 추진선 보급과 벙커링 인프라 설치에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가스공사는 화물차용 LNG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수송 분야 미세먼지의 68%를 배출하는 경유 화물차를 LNG 차로 대체해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스공사는 이를 위해 타다대우, 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와 사업 플랫폼을 꾸리고 400마력급 고출력 LNG 화물차 207대를 시범 제작했다. 가스공사 등이 개발한 LNG 화물차는 현재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운반 차량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차량용 LNG 공급량은 5000톤으로 전년보다 63% 급증했다.
가스공사는 앞으로도 LNG 화물차를 100대 추가하는 한편 버스와 청소차, 건설용 중장비 등으로 LNG 차량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또 LNG 차량 보급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LNG 충전소도 현재 200곳에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가스공사 측은 “가스공사는 수소 생산·유통망 구축으로 초기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기여할 LNG 벙커링·LNG 화물차 사업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을 통해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