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으로 기술적인 진화와 뛰어난 확장성으로 업계에선 시장 선점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기반이 되는 기술에 여러 종류의 타깃 물질을 바꿀 수 있어 다양한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신약개발에 사용되기 시작한 3D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기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종근당의 ‘리퀴드 크리스탈’,유한양행-제넥신의 ‘hyFc(Hybrid Fc)’등 국내 주요제약사들은 이미 플랫폼 기술을 하나의 개발 축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도 이중항체, 면역세포 등을 이용한 다양한 플랫폼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올해 2월 상장한 면역치료백신 개발 기업 셀리드는 모든 암세포에 적용되는 셀리박스(CeliVax) 플랫폼 기술로 관심을 끌고 있다.
셀리박스는 개인의 항체와 면역세포들을 능동적으로 활성화시키거나 생산하게 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암세포라고 제시해주는 항원제시세포를 인체 내 소량으로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하지 않고 B세포와 단구세포를 이용했다. 여기에 면역증강제인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를 탑제해 면역작용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특히 항원제시세포에 탑재되는 암항원만 바꾸면 다양한 암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자궁경부암·두경부암 적응증 BVAC-C 임상 2상과 위암·유방암 적응증 BVAC-B 임상 1상 등 5종의 항암면역치료백신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중항체 플랫폼을 소유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다. 서로 다른 두개의 항체 결합 구조로 파이프라인 확장과 기존 단일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모든 타깃을 커버할 수 없는 이중항체 플랫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우시바디 플랫폼을 사들였다. 이 플랫폼은 모든 단일 클론 항체 서열을 이중 특이적 구조로 조립할 수 있으며 낮은 면역성과 긴 생체 내 반감기,우수한 안정성을 자랑한다. 강력한 이중항체 플랫폼 장착으로 회사는 효능과 생산성에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23개의 파이프라인으로 면역항암제, 신생혈관 억제제 그리고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기술 이전 계약은 6건으로 모두 1조 3000억 원의 계약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 해 11월 성장성 특례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플랫폼 기술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셀리버리의 플랫폼 기술은 신약개발 원천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 ‘TSDT’다. 최근 2년여 심사 끝에 신규성과 진보성이 인정돼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되기도 했다. 이 회사의 TSDT 플랫폼기술 및 이를 적용한 세포막 투과 펩타이드 aMTD는 유럽연합 27개국 포함 전세계 주요국 33개국에 특허 출원되었으며, 이 중 가장 심사가 까다롭고 등록이 어려운 미국에서 지난 달에 특허 등록에 성공한 바 있다.
3D바이오프린팅 플랫폼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티앤알바이오팹은 3D바이오프린팅 플랫폼으로 인공지지체, 장기유사체, 3D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각막 제작 성공 소식에 주가가 20%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 티앤알바이오팹은 3D바이오프린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가노이드, 패치형 세포치료제, 인공 혈관 등 재생의학에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 관계자는 “올해는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1~2개 제품에 대해 전임상 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 바이오업계의 플랫폼 기술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리스크 최소화, 다양한 신약개발 환경조성 등 플랫폼 기술의 장점이 알려진 가운데 신약개발연구 과정에서도 플랫폼 확장까지 염두에 두게 된다”며 “캐시카우 극대화를 위해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파이프라인 구축에 제약바이오 기업별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플랫폼 기술은 산학연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에 효과적이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플랫폼 기술 보유는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