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파란 물탱크가 말해주는 담배공장 흔적…미술관 맞아?

입력 2019-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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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 가볼 만한 곳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인기가 뜨겁다. 개관 100일 만에 무려 7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 지난해 12월 27일 개관해 막 5개월이 된 이곳이 '핫플레이스'라니. 정답은 '신상 여행지'에 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개방형 수장고 미술관이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점은 '여행 인싸'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게다가 오는 6월 말까지 관람료가 무료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외관.(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외관.(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 연초제조창 창고의 변신은 '무죄'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곳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청주는 공예비엔날레가 펼쳐지는 예술의 도시다. 올해 10월 열리는 11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주 무대 역시 청주관이 들어선 옛 연초제조창 부지다. 그러니 '지방 최초'로 손색이 없다.

둘째, 청주관은 종전 국립현대미술관과 다른 수장형 미술관이다. 마치 연극 무대의 뒤편을 보는 듯해 호기심이 인다. 수장형 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라고 한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점을 수장하고 있다. 2020년까지 5100점을 수장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로비에서 본 1층 개방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로비에서 본 1층 개방 수장고.

옛 청주 연초제조창은 내덕칠거리 남동쪽에 있다. 청주 도시 재생의 상징이다. 청주관은 5층짜리 연초제조창 창고를 빌려 먼저 문을 열었다. 얼핏 보면 반듯한 새 건물 같지만, 옛 창고를 리모델링했다. 기둥과 벽 등의 골격을 유지하며 수장형 미술관에 맞게 정비했다. 지붕 위 파란 물탱크도 옛 창고 건물의 흔적이다.

수장형 미술관의 특징은 1층과 3층의 개방 수장고(open storage), 1~3층의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에서 두드러진다. 입구로 들어서는 필로티 역시 수장형 미술관을 실감케 한다. 오른쪽 유리벽 안으로 1층 개방 수장고 전시가 보인다. 매표하고 개방 수장고로 입장하기 전에 로비 전시부터 둘러볼 만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장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장고.

입구 정면 벽에는 영상물을 상영한다. 옛 연초제조창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그 옆 원통형 전시실은 청주 출신 작가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공간을 채운다. 중심에 반가사유상이 있고, 주변으로 그의 작품을 짐작하게 하는 타일 그림이 촘촘하다.

1층 개방 수장고는 청주관의 얼굴로, 길이 14m에 높이 4m 크기 3단 철제 선반 4개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단에 작품을 수장하듯 배치하니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작가는 김복진과 최만린, 문신 등 우리나라 조각계의 어벤저스다. 철제 선반 중앙 통로 끝에는 백남준 작가의 '데카르트'가 고목처럼 섰다. 그 밖에 서도호, 이우환, 니키 드 생팔 등의 대형 작품이 입구 쪽과 철제 선반 가장자리에 있다. 미술 작품 운반할 때 쓰는 알루미늄 팰릿(받침대)이 수장형 미술관임을 부연한다.

▲수장형 미술관의 특징을 보여주는 받침대(알루미늄 팔레트).
▲수장형 미술관의 특징을 보여주는 받침대(알루미늄 팔레트).

◇ 큐레이션 없는 미술관, '전시'보다 '수장' 중심 = 자연스레 감상법도 다르다. 1층 개방 수장고는 작품과 관람자의 경계가 없다시피 하다. 좀 더 가까이,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니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대순이나 비엔날레 참여 작가 등으로 나열한 것은 수장 분류할 때 편의일 뿐, 전시 작품의 교체 주기도 따로 없다. 작품이 대여되면 그사이 다른 작품이 자리를 채운다. 기획 의도가 개입하지 않으니 보는 이의 취향이 큐레이션이다.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 철제 선반과 백남준의 '데카르트'.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 철제 선반과 백남준의 '데카르트'.
▲로비에 있는 강익중 작가의 '삼라만상'.
▲로비에 있는 강익중 작가의 '삼라만상'.

1층을 둘러본 뒤에는 5층으로 이동해서 내려오며 감상한다. 1층 개방 수장고는 170여 점을 수장 전시해 일반 전시의 3~4배 규모다. 5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개관 기획전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오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획 전시'로, 1층 개방 수장고와 작품 수나 전시 방식을 비교하면 수장형 미술관이 좀 더 쉽게 이해된다.

▲3층 개방 수장고의 미술은행 도록.
▲3층 개방 수장고의 미술은행 도록.

4층은 특별 수장고로 아직 준비 중이다. 전시는 3층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2층과 1층 보이는 수장고로 이어진다. 3층 개방 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을 전시한다. 1층과 달리 회화 작품을 다수 포함한다. 벽에는 미술은행 도록이 물품 보관함처럼 자리한다. 문을 열면 해당 작가의 도록이 있다.

보이는 수장고는 '전시'보다 '수장' 기능에 집중한다. 온도와 습도 등 수장 환경에 따른 손상 우려가 있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감상한다. 그 너머로 김기창, 이중섭, 김환기 등 우리나라 회화 거장의 작품이 보인다. 3층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도 있다. 화~금요일 오후 1~3시에 방문하면 보존 작업하는 모습을 창 너머로 볼 수 있다.

▲1층 개방 수장고에 있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1층 개방 수장고에 있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 담뱃잎 보관하던 창고, 문화 공간 되다 = 청주관에서 나오면 동부창고로 이동한다. 이곳도 옛 연초제조창 창고다. 담뱃잎을 보관하던 창고 7개 동 가운데 3개 동을 재정비해 개방하고 있다. 34동은 커뮤니티플랫폼, 35동은 청주공연예술연습공간, 36동은 청주생활문화센터다.

▲연초제조창 담뱃잎 창고의 변신.
▲연초제조창 담뱃잎 창고의 변신.

34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36동 셀프카페와 책골목길 위주로 돌아보면 좋다. 책골목길은 건물 안에 책 골목을 조성해 책을 읽으며 쉬거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천장의 목조 트러스가 1960년대 건물임을 증언한다.

호젓한 여행지로 청주관 외에 충북문화관을 추천한다. 1939년 건립한 청주 충청북도지사 구 관사(등록문화재 353호)를 활용했다. 야트막한 동산 위에 자리하며, 문화의집과 숲속갤러리로 나뉜다. 문화의집은 옥천군 정지용, 괴산군 홍명희 등 충북 시·군별 대표 문인 12인의 문학 자취를 기록한다. 적산 가옥의 다다미 구조를 살린 북카페가 있어 여행 쉼터 역할을 한다.

▲충북도지사 관사였던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충북도지사 관사였던 충북문화관 문화의 집.

이웃한 숲속갤러리는 실내와 야외 전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머무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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