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호주달러, 대만달러와 함께 미·중 무역 분쟁 격화의 최대 피해 통화로 인식될 정도다. 문제는 가파른 원화 약세가 한국 증시 수급에 경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1187.5원 보다 1.9원 오른 1189.4원에 마감했다. 2017년 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130~114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1년 9개월 만에 1150원 선을 돌파한 뒤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9일과 13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원 넘게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양국의 관세 전쟁 속에 두 나라를 양대 수출국으로 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2 간 갈등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원화는 위안화 약세에도 연동돼 있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210원 부근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 외국인들은 환율이 급등할 경우 원화 표시 자산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국내 주식, 채권 등을 처분한다. 그런데 최근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 YTD(연환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외국인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조 원이 넘는 외국인 유입자금 중 4조4000억 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는 등 증시 전반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수급에 더 부정적인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외국인 거래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외국인은 2조8000억 원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거래비중은 25.7%로 낮았다”며 “외국인의 거래의 비중 감소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