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와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이 하락 하룻만에 급등세로 돌아섰다. 각각 2년4개월과 2년반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중간 무역분쟁 우려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아시아 환시와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아시아 주요 통화들이 약했고, 대내외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상해증시가 1% 넘게 급락했다. 수급적으로도 역외 매수세가 계속됐다.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방향성을 돌리기보단 속도조절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 역할을 톡톡히 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기술적 저항선도 뚫려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좋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원·달러는 당분간 고점을 탐색하는 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1200원에서는 외환당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180.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막판 1188.0원까지 치솟았다. 역시 2017년 1월11일 장중 기록한 1202.0원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저점은 1179.7원으로 장중 변동폭은 8.3원을 기록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9.96원 오른 1082.15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1월15일 1082.64원 이후 최고치다.
역외환율은 나흘만에 하락했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73.5/1174.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95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오늘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코스피도 그렇고 아시아장에서 중국과 일본 증시 모두 조정받는 모습이었다. 특히 역외 CNH는 6.93위안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 역할을 하면서 위안화보다 변동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원·달러 상승을 되돌리기 보단 속도를 제어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굿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겠다. 기술적으로도 저항선이 없다. 다만 심리적으로 1200원에선 외환당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며 “금융위기나 유동성위기 혹은 외환보유고 문제를 겪는게 아닌 역외 달러매수 세력에 의해 원·달러가 급등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하락반전도 문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이 특히 많이 올랐다. 미중 무역분쟁 이슈를 반영하면서 아시아통화가 전체적으로 올랐다. 코스피도 급락했다. 역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이슈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위안화도 7위안을 바라보고 있다. 당분간 고점을 탐색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원·달러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업체들도 매도타이밍을 볼 듯 싶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20엔(0.18%) 떨어진 109.74엔을, 유로·달러는 0.0002달러(0.02%) 상승한 1.1236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52위안(0.76%) 오른 6.8938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9.03포인트(1.38%) 급락한 2079.0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월14일 2064.52 이후 4개월만에 최저치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53.64포인트(0.72%) 내린 2만1191.28에,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41.30포인트(1.41%) 추락한 2897.91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