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갈등의 기폭제가 됐던 패스트트랙(국회 신속처리안건) 자체를 둘러싼 갈등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조만간 선출해야 하는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계파 대립 가능성이 남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도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다.
9일 바른미래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버티던 김 원내대표가 마음을 굽힌 데는 권은희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최고위원 등 ‘안철수계’ 일부 의원이 사퇴 요구에 동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당초 지도부에 우호적인 입장이었지만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하자 이를 비판하며 지도부와 대립했다.
이들이 김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에도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와 노선을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란의 시발점인 패스트트랙 지정만 놓고 보면 생각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김수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쪽이었고, 권은희 의원의 경우에도 독자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을 마련할 만큼 패스트트랙 자체에 반대 의사가 없었다. 반면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에 포함된 법안 내용에 공공연하게 반대 의견을 내 왔다.
당 안팎에서는 오는 15일 치러지게 될 차기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상정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 처리까지 가는 과정은 차기 원내지도부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른정당 출신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여야 4당 공조의 차질은 물론, 패스트트랙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손학규 대표의 거취문제 또한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 4·3 보권선거 참패 직후 당시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있었지만 손 대표는 여전히 당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복귀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이콧 중인 최고위원들이 모여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저는 계속 참여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