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획여행 업자를 믿고 여행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상 안전배려 의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배상 책임을 넓게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씨가 한 국내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3월 가족과 함께 여행사가 제공하는 10일간의 호주ㆍ뉴질랜드 패키지여행 계약을 맺고 여행을 했다.
A 씨는 귀국을 사흘 앞두고 탑승한 투어버스가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은 충격으로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틀 후 A 씨는 발작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 입원해 약 2주간 치료를 받은 후 환자이송 업체를 통해 국내 병원으로 후송됐다.
A 씨는 국내 병원에서 머리 충격으로 인한 ‘기타 급성 정신병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단을 받은 후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사고 후 여행사 측 가이드의 대처가 미흡했고, 과거에 괜찮았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며 병원 치료비ㆍ체류비ㆍ후송비 등 비용 일체인 4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해당 사고와 A 씨 정신장애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 씨가 사고 이전에는 정신과적 병력이 없고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 등을 종합해 경미한 사고에서 상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 측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현지 병원과 국내 병원에서의 치료비와 약제비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고 여행사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해 41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상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A 씨가 치료를 위해 들어간 일체의 비용은 통상손해(당연히 예상되는 손해)에 대한 것이므로 여행사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사고로 인해 정신적 상해를 입었고, 국내에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는 만큼 여행사의 신의칙상 안전배려 의무 위반과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