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6월부터 국제선 27개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애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미주·유럽 등 주요 노선에는 일등석을 유지하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일등석을 폐지하는 전략을 썼다.
향후 대한항공의 전체 노선 111개 중 약 31%인 35개 노선에서만 일등석이 남게 된다.
대한항공은 “중·단거리 및 퍼스트클래스 수요가 저조하고 상대적으로 프레스티지 클래스(비즈니스석) 수요가 많은 관광 노선 등에 한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기존 퍼스트클래스 이용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레스티지 클래스의 기내식과 기내서비스 품질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일찍부터 일등석 줄이기 작업에 나섰다. 지난 2015년 에어버스 A380 기종을 제외한 여객기에서 일등석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초대형 여객기인 A380 기종과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3개 노선을 오가는 일부 기종에만 일등석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자 손익 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고, 아시아나항공은 수요가 적은 일등석을 없애고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늘려 실리를 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같은 대형 항공사의 ‘일등석 폐지 현상’은 경기침체가 이어지던 2012년 미국을 떠오르게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매달 400억 달러를 시중에 푸는 3차 양적 완화조치를 단행했지만, 각종 경제 지표는 최악을 기록했다.
2007~2009년 경기후퇴에서 탈출하는 성장 엔진이었던 제조업이 고꾸라졌고 경기 지표 중 하나인 내구재 주문 실적이 급감했던 시기였다.
이 가운데 델타항공, 유에스에어웨이스 등에 이어 아메리카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이 일등석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해외 출장 예산이 줄었고, 정가에 일등석을 구입하는 고객 또한 감소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일등석을 줄여 운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건, 그만큼 업황이 어렵고 일등석을 찾는 소비자가 더욱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