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바늘 타입 계기판·두꺼운 사용설명서…“이젠 안녕”

2000년대 고급강 기술 향상에 도어 사이드 몰딩 사라져…계기판 자리엔 모니터 탑재

1980년대 초, 가솔린과 경유차를 막론하고 으레 초크(choke) 버튼(또는 다이얼)이 달려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장치였다. 시동 초기 ‘초크 버튼’을 당겨 회전수를 올리고, 엔진 온도가 적당히 오르면 초크 버튼을 다시 눌러 회전수를 낮췄다. 명민한 요즘 엔진은 외부 온도에 따라 스스로 회전수를 올리고 내린다.

타이어도 변했다. 이제 ‘튜브리스’가 일반적이지만 한때 타이어 안에 꼭 공기 튜브가 있었다. 요즘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새 차를 뽑으면 으레 기본으로 달려 있던 카세트 테이프와 CD 플레이어도 어느 날부터 안 보이기 시작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동차에 달린 갖가지 장비들이 모습을 바꾸거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자동차 장비들을 되짚어 보고, 속속 등장하는 새 기술과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보자.

◇도어 사이드 몰딩 = 한때 자동차 도어 옆면에는 두툼한 몰딩이 길쭉하게 붙어 있었다. 도어 옆면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텍터’였다. 고급차일수록 몰딩이 두툼했고, 크롬 장식도 넉넉하게 덧댔다.

도어 사이드 몰딩은 문 안쪽의 충격보호 장치 ‘임팩트 빔’을 고정하는 역할도 맡았다. 나아가 도어 옆면의 보디 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커다란 철판의 중간쯤에 고정 포인트가 있으면 철판 모양을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2000년대부터 자동차 고급강의 프레스 기술력이 향상되자, 점진적으로 도어 몰딩도 사라졌다. 몰딩을 덧대지 않아도 도어 옆면이 오롯하게 모양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더 탄탄한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어 윗면(또는 아랫면)에 날카로운 선을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캐릭터 라인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기준 NF쏘나타(그랜저TG)까지 몰딩이 존재했다. 이후 YF쏘나타부터 몰딩을 걷어내고 두터운 캐릭터 라인을 심어넣기 시작했다. 한때 현대차는 프레스 기술력도 없으면서 겁 없이 사이드 몰딩을 걷어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96년 출시했던 2도어 쿠페 ‘티뷰론’이었다.

▲바늘 타입 자동차 계기판이 사라지고 있다. 패널 전체가 디지털 클러스터로 바뀌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계기판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하나의 차, 여러 개의 계기판 = 계기판의 바늘도 사라지는 중이다. 계기판은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포함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2010년대 들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나둘 바늘이 사라지고 있다. 계기판 전체가 하나의 모니터가 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때로는 바늘로, 때로는 숫자로 계기판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다.

디지털 계기판의 바늘은 기특하게도 엔진의 미세한 떨림까지 표현해 낸다는 점이다. 심지어 3D 계기판도 나온다. 계기판 전자장비를 포함해 조명장치도 변했다. 차 안팎에서 필라멘트 방식의 전구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LED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이 전구를 대신하고 있다. 수명이 길어 경제적이고, 밝기도 일반 전구를 크게 앞선다. 전구보다 크기가 작아 부피를 줄일 수도 있다. 전조등과 후미등, 실내 램프 등 조명장치의 디자인이 다양해진 것도 이런 이유다.

▲으레 글로브 박스 안에 들어 있던 취급설명서도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 앱을 통해 3D 방식 취급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다.

◇취급 설명서 = 새 차를 뽑으면 사물함에 들어 있던 두툼한 ‘취급설명서’도 어느 때부터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는 취급설명서 대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앱을 다운받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에 설치하면 원할 때 쉽게 취급설명서를 볼 수 있다. 스마트 기기로 자동차의 특정 부분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그와 관련한 취급설명서가 자동으로 뜨기도 한다.

이 밖에 리콜이 결정되면 운전자에게 우편으로 전달되던 리콜 통지서도 사라지는 추세다. 차 안에 장착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마다 리콜 차종 오너에게 리콜 여부를 안내하기도 한다.

▲무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스페어 타이어도 사라지고 있다. 대신 펑크 때 손쉽게 수리할 수 있는 ‘리페어 킷’이 달려 나온다. 무게와 차 가격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무겁고 비싼 스페어 타이어는 가라 = 트렁크에 들어 있던 예비 타이어, 이른바 스페어 타이어도 사라지는 추세다. 한때 타이어 펑크 때 단거리 이동을 위해 얇은 예비용 타이어, 이른바 ‘템포러리(임시)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스페어 타이어 하나만 덜어내도 차 무게는 15㎏ 안팎이 줄어들고, 그만큼 제조 원가가 감소하니 찻값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신 타이어 펑크를 손쉽게 수리할 수 있는 리페어 킷을 차 안에 넣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