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은 26~27일 1박 2일간 열린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49세 생일을 축하하는 부부 동반 만찬과 골프 등을 함께하며 유대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무역협상에서는 팽팽하게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다른 나라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것은 싫다”며 “농업 관세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 상품에 대한 일본의 관세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높은 것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부 합의가 나오는 것도 원했다. 미국과 일본이 15~16일 개최한 장관급 무역회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이라도 합의할 건수가 있는가”라고 묻는 트럼프의 의향이 전해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본은 그동안 (무역합의를 가로막는) 지연 행위를 해왔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일본의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이 농업 부문에서 우리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가 이에 대해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지만 중국 경제 구조 문제를 놓고 아직 이견을 완전히 좁히지는 못한 상태다. EU와는 무역협상을 아직 시작조차 않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 시정을 공약으로 내걸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이 최대 과제인 가운데 무역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를 원하는 것이 트럼프의 본심이라고 신문은 해석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달 중순 회담에 앞서 트럼프가 무역 논의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침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입장에서 트럼프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북한 문제나 대중국 관계 등 주요 이슈를 풀어나가는 데 핵심이다. 이에 무역 문제로 트럼프와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것이 아베의 전략이었다.
이에 일본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장관급 협상을 계속해 트럼프를 납득시키려 했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라이트하이저와 23일 전화로 협의하고 25일 워싱턴으로 건너가 “정상회담 예행연습을 하자”며 3시간가량 협의했다.
또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당시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의 최신 대미국 투자계획 목록을 나타낸 종이를 보여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정권이 탄생한 이후 일본은 미국에 230억 달러(약 27조 원)를 투자해 4만3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각각 세계 제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