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가격혁명이 2010년 상반기 대한민국 물가를 내린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2010년 6월24일 이마트 일간지 광고)
“2019 가격혁명, 대한민국 가격의 판도를 뒤엎다”(2019년 4월 18일 홈플러스 전단)
홈플러스의 가격 할인 행사명이 ‘재탕’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가 4월 진행 중인 가격 할인 이벤트 명칭으로 10년 전 이마트가 사용한 행사명인 ‘가격혁명’을 그대로 사용해서다. 업계에서는 ‘카피 논란’과 함께 행사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홈플러스가 아닌 경쟁사를 연상할 수 있는 만큼 실패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8일부터 ‘가격혁명’이라는 이름의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행사를 통해 홈플러스는 국산 한우를 40%, 돼지고기를 20% 저렴하게, 수입 맥주와 덴비 식기 등도 할인 판매한다. ‘가격혁명’으로 이마트의 ’국민가격’ 및 ‘블랙이오’ 2탄 행사와 롯데마트의 ‘극한도전’ 행사에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3월 초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쇼핑하라 2019’ 이벤트를 통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2월 결산 법인인 홈플러스는 매년 3월 회계연도 첫 달을 맞아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펼쳐왔다. 올해 역시 창립 22주년 기념을 겸해 ‘고기대방출’과 ‘쇼킹 행사’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행사가 종료됐지만 홈플러스는 ‘앵콜 쇼핑하라 2019’ 행사를 연달아 열며 기존 행사를 연장했다. 3월 2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저가 이벤트를 시작하자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달 18일부터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저가 전쟁이 2라운드를 시작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경쟁사의 할인 공세를 외면할 수 없던 홈플러스는 또다시 세 번째 가격 할인 이벤트로 급하게 ‘2019 가격혁명’을 내세웠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정한 ‘가격혁명’ 이란 타이틀이 10년 전 이마트가 진행한 행사명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초 당시 이마트는 ‘가격혁명’이라는 행사명으로 1~3차에 걸쳐 상반기 내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이마트는 2007년 10월 PB(자체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가격혁명’이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우연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당시 이마트에서 근무하던 마케팅 담당 임원이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긴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10년 이마트 마케팅의 임원이었던 A 씨는 ‘가격혁명’을 행사명으로 정하는 것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마트를 떠나 현재 홈플러스 마케팅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홈플러스의 행사에 ‘가격혁명’ 네이밍을 한 것도 A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는 이를 두고 홈플러스의 마케팅 실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혁명이라는 행사를 듣고 이마트를 떠올리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면서 “최저가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다급하게 무리수를 두면서 도리어 경쟁사를 홍보하게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측은 ‘가격’할인을 부각하기 위한 행사명일 뿐 카피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행사명인 ‘쇼핑하라’는 할인 행사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며 “과거 이마트가 사용한 행사명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구인 만큼 카피 논란은 억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