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는 크고 작은 벤처의 성공사례와 경제적 보상이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이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모 시대보다 맨발로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위와 부를 축적하기가 어려워진 젊은 세대에게 어찌보면 벤처는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돌파구로 제시되는 듯하다. 이와 더불어 벤처에 필요한 기술, 자본, 네트워크, 교육 등 여러 중요한 인프라가 예전보다 잘 구축되고 정착되어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 옵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벤처의 성공사례가 동기를 부여하고 벤처를 돕는 인프라가 커지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은 이전보다 더 많은 창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게 하고, 비슷한 모델들이 서로 알고도 또는 모르고도 진행되며 마켓 체증을 높이기도 한다. 즉 현 시장 상황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반드시 동반되는 근본적 위험과, 창업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불확실성, 정신적 스트레스를 예전에 비해 크게 줄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신기술의 마켓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면 웬만한 규모의 벤처기업을 운영할 자본이 모였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벤처는 크게 나가지 못한다. 창업자가 기술 적용성과 마켓의 발전성을 어느 정도 자신의 자본을 투자하여 수익 결과로 먼저 보여주지 않고는 마켓 확장에 필요한 펀딩을 받기가 점점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요구는 적은 초기 자금과 불완전한 수익구조가 보통인 벤처 상황에서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예전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에 주위에서 보였던 부정적 반응을 불러왔던 근본 요인들이 현시점에서도 벤처를 진행하는 상황에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당연히 창업자들은 많은 강박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실제 최근 미국 통계에 따르면 창업자의 50% 이상이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평균적으로 일반인보다 5배 이상의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10배 이상 조울증이나 감정조절 이상을 보이고 2배 이상 자살의 유혹을 겪고 있다고 한다.
왜 창업자들이 이런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을까. 일단 창업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벤처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70% 이상이 처절하게 실패하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길에 “내가 곧 회사”라는 자세나 “흔들리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는 다짐은 창업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창업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하며, 욕망이 강하고 감정의 기복이 높다는 것도 다른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즉, 이들이 심적 내재적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을 시도하지만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감은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스타트업이라는 인더스트리가 하룻밤 사이의 성공(overnight success), 대박(crushing it) 등 사실 이루어내기 어려운 스탠더드를 본인의 성공 잣대로 사용하게 만든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분위기는 많은 창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그만큼의 능력도 없는데 남들을 속이며 사업을 진행한다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몰두하면 아무래도 편하고 친하지만 사업에 연관없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한 이유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창업자들 중 짬짬이 남는 시간에 운동을 미친 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도움이 되지만 긍정적 사회관계가 줄 수 있는 정신적 안정감을 얻기에는 아무래도 모자라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창업을 말리려는 게 아니다. 창업 과정에서 이런 정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창업자들이 정신적 문제와 이와 관련된 여러 고비를 겪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언제 올지 모를 감정의 덫에 빠지지 않고 무난히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창업 성공의 긴 여정을 통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