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젤렌스키 후보는 이날 대선 결선투표를 마치고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약 73%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25%에 그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속보에서도 개표율 5% 시점에서 젤렌스키가 71.9%로, 포로셴코의 25.8%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62%였다.
젤렌스키는 이날 밤 키예프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대통령은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으로서 구소련 국가 모두에 말할 수 있다. 우리를 보라.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패배를 시인하면서 젤렌스키에게 축하 전화를 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며 “대통령직을 떠날 것이지만 정치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5년간 대통령으로서 경험을 쌓은 정치인과 코미디언으로 사실상 정치 경력은 백지 상태인 신인과의 사이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유권자 상당수는 포로셴코에 창피를 주고자 젤렌스키를 뽑았다고 BBC는 평가했다. 그만큼 포로셴코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유명 코미디언인 젤렌스키는 지난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평범한 시민이 대통령이 돼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에 맞서는 역할을 맡으면서 국민배우로 떠올랐다. 이날 대선 결과는 드라마가 현실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대선 유세에서 부패 척결과 국민 중심의 정권 운영을 내세우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등 친서방 성향을 보이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이다.
젤렌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분리주의자들과의 평화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며 “민스크 회담을 리부팅해 휴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시민의 시위에 따른 정권 붕괴에 이어 취임한 억만장자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국방력 강화와 대러시아 강경 자세를 앞세웠으며 개혁 노선 지속을 호소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이 국민 생활을 압박하고 부패 정치인도 척결하지 않아 결국 지지자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합병을 선언하고 나서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를 친러 무장세력이 지금까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선이 실시되지 않았다. 내전이 계속되면서 약 1만3000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