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KT·카카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험난한 길’

입력 2019-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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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은산분리 완화로 ICT 주력 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원활한 유상증자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확보가 필요했던 KT가 금융위에 선제적으로 심사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KT가 은행업감독규정의 심사중단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심사를 중단하였다. 최근 KT의 담합 혐의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공정위 조사가 무혐의로 끝나거나 위반 사실이 경미한 것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서도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사항에 대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해야 대주주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KT는 2016년에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으로 7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대주주 승인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ICT기업 특성상 향후 공정위 심사를 받을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반기(半期)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되면 매번 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 엄청난 비용손실은 물론, 정상적인 은행 경영이 어렵게 된다. 이쯤 되면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대주주 자격이 부여되고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엠이 2016년 온라인 음원가격 담합으로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현재 공정거래법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은행업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절차이다. 부적격 주요주주로 인한 부작용은 단순히 하나의 은행 수준을 넘어 국가 경제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은행의 효율성을 해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특히, 작금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이 대부분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법에서는 주식 보유 관련 규제의 기본원칙을 은행의 건전성과 효율성 확보에 두고 있다. 대주주의 자산규모와 재무상태는 물론, 해당 은행으로부터 받은 신용공여를 제한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로 비금융주력자가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서도 이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비금융주력자인 만큼 출자능력과 사회적 신용,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영향과 주주 구성 계획의 적정성, 그리고 ICT기술의 융합 촉진 및 서민금융 지원 등이 추가되어 있다. 즉, ICT기업 특성을 살린 은행업의 건전성과 효율성 확보를 대주주 주식 보유 관련 규제의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KT의 지하철 광고 담합이나 카카오의 음원 가격 담합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일까? 사실, 이들 사건은 은행 인가도 받기 훨씬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2016년에 결론이 났다. 즉,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과는 독립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신용 측면에서 적용 근거가 될 수는 있겠으나 지나친 규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KT와 카카오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사항들도 2016년에 결론난 사건들과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들 사건이 추후에 은행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강력한 사후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초기엔 모두가 KT와 카카오의 ICT기술 및 인프라가 금융산업과 만나 우리에게 혁신적 금융서비스와 편의성, 그리고 금융산업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했었다. 국내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ICT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라 더욱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대주주가 되지 못하는 이상, 기대했던 금융혁신과 서비스의 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당국의 유연한 접근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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