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림이법’이 탄생했다. 이 법은 13세 미만 어린이가 타는 9인승 이상 통학 차량에는 운전자 외에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를 반드시 태우게 하는 것이 골자다. 2013년 세 살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다가 해당 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은 뒤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는 모든 유치원·어린이집·학원 통학 차량에 적용됐다.
세림이법이 생긴 뒤 유치원, 어린이집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 이 틈새를 파고든 서비스가 학원 차량 공유 플랫폼 ‘셔틀타요’다.
손홍탁(31) 에티켓 대표는 소셜벤처 전문 임팩트 투자사 ‘소풍’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출시 준비 3개월 만인 2016년 9월 셔틀타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누적 투자액이 40억 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절반이 넘는 직원을 감원했고, 학원들과 계약도 해지해야 했다. 이런 부침 속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 규칙은 손 대표의 시름을 더했다. 손 대표가 지난달 7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주관한 ‘O2O 규제 개선 아이디어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다. 그를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손 대표는 13세 미만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한해서만 자가용 유상 운송이 허용되는 현행법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첫 번째는 차량 기사들의 생계유지 문제다. 그는 “12인승 승합차를 모는 학원 기사는 대부분 낮에는 초등학생을 태우고, 오후에는 중학생을 태우는 식으로 생계유지를 한다”며 “법을 지키면 돈 벌 곳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고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는 돈을 더 들여 25인승 전세버스를 사야 하는 점이다. 25인승 전세버스에는 13세 이상 학생이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만을 수강생으로 받는 학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법이다.
손 대표는 “법적으로는 같은 학원을 다녀도 누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누구는 셔틀을 탈 수 있다”며 “아마 법을 어기는 학원 차가 전국에 10만 대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대표는 이미 이 문제를 국토교통부(국토부) 대중교통과에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황당했다.
해당 공무원은 “중학생은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타면 된다”며 “중학생까지 셔틀을 타면 대중교통의 이권이 침해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규제에 일관성이 있으려면 중학생 이상이 다니는 학원에서는 아예 차량 운행을 해서는 안 되는 게 차라리 맞다”며 “그런데 25인승 전세버스는 중학생이 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는 지난달 중기부가 주관한 토론회에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털어왔다. 피드백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중기부 측의 요청에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고, 결과는 손 대표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단 토론회에서 국토부 관계자의 무례함에 놀랐다고 한다. 13세 미만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한해 자가용 유상운송이 허용되는 점을 토로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학원 공유 셔틀 플랫폼을 ‘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손 대표는 “‘규제 영역이어서 안 되는 것인데 왜 시장이라고 하냐’고 말하는 느낌”이었다며 “공유 셔틀버스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금액을 합치면 적어도 100억 원을 될 테고, 거기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들은 공신력 있는 전문 투자사이다. 그런데도, 시장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뒤 후속 조치도 없었다. 담당 공무원을 배정받는 최소한의 일 처리조차 없었다. 손 대표가 토론회 뒤 하게 된 생각은 “다시는 이런 토론회에 나가지 말아야지”하는 굳은 다짐뿐이었다.
손 대표는 “토론회 날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이 앞서 몇 건의 규제를 풀었다며 자찬했는데 그게 의미가 있나 싶다”며 “차라리 규제 애로를 겪는 스타트업을 5번 만나 그 결과 해당 스타트업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고집을 꺾었다고 한다면 중기부가 일을 잘했다고 칭찬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규제를 몇 건 해결했느냐보다 스타트업과의 대화 창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셔틀타요는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거쳐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학원들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정리도 해야 했다. 손 대표는 “이민 갈 생각도 했다”고 회상했다.
사업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도 컸다. 손 대표는 “아줌마를 상대하는 사업, 아이를 상대하는 사업, 이 두 가지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셔틀타요는 둘 다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창업 뒤 1년 반 동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뛰었다”며 “차 사고가 났다는 전화일까 봐 편히 있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거치며 셔틀타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비난보다 오히려 격려를 더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좋은 플랫폼인데 아쉽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서비스 이용할 학원들을 모아놨다’는 전화, ‘도와줄 것 없냐’는 연락 등이 더 많았고, 그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손 대표는 나이, 성별, 지역별로 개인화된 이동 옵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는 그러한 이동 옵션을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점차 그 대상을 넓힐 것이라는 뜻이다.
손 대표는 “맞벌이 가구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학생들 대부분 이동 옵션이 제한적”이라며 “일단은 그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