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유해성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 전 대표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하고, 홍 전 대표와 전 직원 한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임 부장판사는 홍 전 대표의 영장 발부에 대해 “제품 출시 전후의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권한, 관련자 진술 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두 명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실제 담당 업무 및 역할,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체적인 주의의무에 대한 인식이나 그 위반 정도 등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심문 과정에서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7년 가습기 메이트 출시 당시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아 제조와 출시 등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졌다. 검찰은 홍 전 대표 등이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인체 유해성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해당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1일에는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한 차례 구속을 피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보강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12일 안 전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