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회담 가능성 내비쳐…북미협상엔 ‘딜 메이커’ 역할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 사업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12일 남측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가 아닌 당사자가 될 것’을 압박한 데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주도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굳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닌 지난해 5·26 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 열린 ‘원포인트’ 회담도 가능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강조해 북미 협상에서 가교 역할이 아닌 실질적 ‘딜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중도 나타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빅딜’과 ‘대북 제재 유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말한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에 주목하면서 “(김정은이) 제재 따위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 경제적 보상조치’의 교환(구도)이었다면 북·미간 교환할 콘텐츠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상응 카드로 대북제재 완화 외에 또 다른 카드로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초 청와대 관계자가 예측했던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다. 그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북특사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심한 데다 포괄적인 남북관계 협의를 위해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