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공유경제 잇단 상장, 시작도 못하는 한국

입력 2019-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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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승차공유 1위 업체인 우버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신청했다. 우버는 5월 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1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사상 8위에 이르는 규모다. 뉴욕 월가에서는 우버의 기업가치를 900억∼1000억 달러(약 102조6000억∼114조 원)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27조3000억 원)의 4배를 웃돈다.

올해로 사업 10년째인 우버는 지난해 112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월간 이용자수도 9100만 명을 기록했다. 차량호출 시장 점유율은 63%에 이른다. 고성장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작년 18억50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비롯, 지난 3년간 100억 달러의 적자를 내긴 했다. 하지만 단기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승차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크다.

3월 말에는 매출규모가 우버의 5분의 1 수준인 미국 2위 승차공유업체 리프트가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IPO 직후 주가가 공모가격 72달러보다 크게 올라 시가총액이 264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61달러 선으로 떨어졌지만, 곧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간단한 모바일 앱만으로 고객의 이동수요와 차량 운전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다. 승차공유가 자동차산업의 일대 변화를 이끌 미래형 플랫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동차산업 주도권은 승차공유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 아니다. 공유경제 유망주인 핀터레스트(이미지 공유), 팰런티어(빅데이터 분석), 슬랙(커뮤니케이션 툴) 등도 조만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국내에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에 막히고 기존 업계 반발로 헛바퀴만 돌고 있다. 정부 또한 말로만 규제개혁을 내세우면서 제대로 된 해법을 못 내놓고 있다. 2013년 한국에 진출했던 우버는 2015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도 택시업계의 벽에 부딪혔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아예 불법인 상태다.

택시와 카풀 상생을 위한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에 카풀서비스를 허용하도록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휴지조각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승차거부를 차단하고 택시기사들의 사납금 제도를 없앤 ‘웨이고 블루’를 선보였다. 그러나 혁신은커녕, 택시호출 수수료만 올린 업계 챙기기란 비판이 많다. 이미 국내 투자자와 자동차업체들은 해외 승차공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대세 변화와 공유경제 확산에 눈감은 채 낡은 규제는 바뀔 줄 모르고 택시업계의 기득권에 가로막힌 탓이다. 혁신성장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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