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렸던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는 5대 그룹 총수와 중견기업인 등 128명이 초청됐다. 당시 만찬에 대해 대중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100명이 넘는 기업인들이 연초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정부가 주도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행사에 대해 ‘쇼통’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계는 문 대통령이 규제로 인해 고충을 겪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만큼 정책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100일이 다 돼가는 동안 기업들은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재계 관계자 A씨는 “일선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은 만찬 이후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실시하기를 희망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 실망감만 늘었다”고 말했다.
재계의 우려는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 대해 배관검사를 의무화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2년간 환경부에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화관법 제24조 및 시행규칙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압가스 배관검사를 받는 데 14개월이 소요되는데, 공장 특성상 일부 관련 공정만 멈추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공장 가동이 장기간 중단되면 그 피해는 기업에 온전히 돌아가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안이 포함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는 제도는 자칫 투기 자본의 경영간섭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인과의 대화 때 “세계를 뛰어다니면서 회사와 사업을 늘리는 것이 기업인들의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