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사와 레미콘사의 가격협상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사 물량이 증가하는 봄이 되자 업체별 개별 협상에 돌입하면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레미콘사와 실적 악화로 가격 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시멘트사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레미콘사에 공급하는 시멘트 가격은 전국 평균 1t당 6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 등 국내 7개사 1t당 시멘트 공급가는 2014년 6만8095원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2015년 5만 원대 후반으로 폭락했다가 다시 6만 원대 중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년 말부터 레미콘사의 가격 인상 반대와 업체별 가격경쟁까지 겹치며 지난해에는 6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시멘트업계는 평균 5.6%의 매출 감소를 겪었고, 대부분 업체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이 때문에 시멘트업계는 실적 저하 등을 이유로 레미콘사에 줄곧 단가 인상을 요구해왔다. 시멘트사가 요구하는 인상액은 1t당 6만 원대 후반에서 7만 원대 초반대다.
하지만 가장 큰 거래 규모를 갖추고 있는 수도권의 가격협상은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레미콘 업계와 시멘트 업계가 협의를 통해 1t당 6만 원대 후반으로 평균 공급가를 정하기로 했지만 유일하게 수도권 레미콘 업계만 가격 협상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시멘트사는 물론 물량 공급량도 많다 보니 현재 1t당 6만 원대 초·중반으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시멘트사의 가격경쟁이 심화된 탓에 상대적으로 레미콘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전국 평균 시멘트 시세보다 낮은 가격과 실적 하락까지 겹친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 만큼은 레미콘사가 공급가 인상에 합의해 줄 것을 요구하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이와 달리 수도권 레미콘업체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으로 인한 골재가격 인상과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임금 상승 요구로 시멘트 공급가 인상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멘트사와 가격 인상을 두고 협상을 벌여야 하고, 건설사와도 레미콘 공급가 인상을 두고 설전을 치르는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라 쉽게 가격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사만이 아닌 운수업자, 건설사와의 가격 협상에 레미콘사는 앞뒤로 끼여있는 상황”이라며 “공급 중단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멘트업체와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업체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경영 사정이 어려운 만큼 가격 인상은 최소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종전 가격으로 복원을 시도했으나 수도권 레미콘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 악화로 고민에 빠진 시멘트 업체의 어려움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