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ㆍ유증엔 '유구무언'…박삼구 전 회장, 마지막 카드는?

입력 2019-04-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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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거절하면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에게 남은 카드는 모두 사라졌다. 유일한 자구책이던 ‘주식 전량 담보’가 채권단으로부터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삼구 전 회장 입장에서는 ‘주식 담보’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경영권’을 걸고 그룹을 살린다는 의지를 시장에 선전하는 효과와 동시에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실적을 회복하면 그룹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일가의 지분이 확실한 담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가 지분을 전량 담보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한 채권단 관계자는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1일 “채권단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선 일가 주식 전부가 담보로 제공될 수 없는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씨가 보유한 지분(42.7%)은 현재 금호타이어 관련 대출을 받기 위해 산은에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다. 따라서 확실한 담보는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뿐이다.

4.8% 지분은 상장하지 않은 주식이라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2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결국 200억 원을 담보로 500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채권단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다.

박 전 회장이 ‘우량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사채와 장기차입금만 해도 각각 6024억 원, 2883억 원에 달한다. 금호그룹 내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을 통째로 팔아도 이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채권단은 ‘실질적 대안’으로 사재출연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박 전 회장의 사재는 정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고, 이미 금호산업 인수 등에 사재가 쓰였다. 이미 전 재산에 가까운 지분을 담보로 제시한 상황이라 사재출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카드는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다. 현재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대규모 증자에 참여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 주주가 아시아나항공에 지분을 제공할 시장적 여력도 부족하다. 또 외부 주주를 끌어올 때 박 전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된다. 박 전 회장이 용인할 가능성은 작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아시아나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서 쉬운 대안은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유상증자 안을 고집한다면, 박삼구 일가가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빠지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사실상 남은 대안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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