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전날 실제 블랙홀을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먼저 과학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한지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블랙홀의 실체가 포착된 것이다. 그동안 블랙홀은 주위를 도는 별의 움직임 등 간접적인 근거로부터 존재를 추정하는데 그쳤지만 이제 화상이라고 하는 흔들릴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해 존재를 완전히 증명하게 됐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현대 물리학 이론의 검증이나 은하의 생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식견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EHT 연구진 중 한 명인 일본 국립천문대의 혼마 마레키 교수는 “향후 블랙홀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5년 처음으로 관측된 중력파는 블랙홀의 합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블랙홀을 직접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블랙홀 관측이 상대성이론을 비롯해 현대 물리학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이론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력을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은 천체현상 등을 정확하게 설명해왔다. 1919년 개기일식 관측으로 빛이 중력에 의해 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유명한 사례다.
그러나 블랙홀 경계와 가까운 곳의 중력은 태양 등에 비해 월등하게 크다. 중력이 극한까지 강해진 이런 특별한 장소에서도 상대성이론이 성립하는지 관측과 이론에 차이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하면 차세대 물리학 이론이 나아갈 방향을 판단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산업적으로도 이번 블랙홀 관측으로 확보한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미국과 스페인, 칠레, 멕시코, 남극 등에 있는 8개의 전파 망원경을 연동시켜 지구 크기의 거대한 망원경을 가상으로 실현해 블랙홀을 촬영했다. 해상도는 우주의 아주 먼 곳을 관찰하는 데 이용되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약 2000배에 달한다. 이는 달에 있는 골프공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실제로 블랙홀을 찍은 것은 2017년이었지만 당시 관측해 얻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합성해 이미지를 도출하는 데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원거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중요한 특징을 찾아내는 분석 기술은 인공지능(AI)과 통신,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에서 블랙홀 이미지 도출에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는 데 고성능의 AI가 쓰였다. 이는 품질검사를 좀 더 정확히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파 관측을 방해하는 잡음 제거 기술은 원거리 통신에 응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