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료전지 시스템을 앞세워 발전 시범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핵심부품을 다양한 곳에 공급하면 그만큼 원가는 하락한다. 이는 곧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커다란 밑그림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11일 한국동서발전, ㈜덕양과 시범사업 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기 생산이나 연료전지 핵심부품의 단가 인하보다, 발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연료전지의 활용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시범 사업에서 뽑아내는 전기량 역시 상징적 의미를 제외하면 미미하다.
500㎾급 컨테이너 모듈 2대로 구성된 시범 설비는 연간 약 8000㎿h 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월 사용량 300kWh 기준으로 약 2200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확대해 사용하겠다는 목적보다는 향후 추진할 중장기적인 발전 시스템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업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순수 국내 기술(현대차)을 이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연료전지 발전소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손잡고 추진했던 게 전부다. 2007년 서울시와 포스코가 손잡고 서울 노원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한화에너지도 50Mw급 연료전지 발전소 준공(2020년 6월)을 앞두고 있다. 다만 자체 전력수급이 목적인데다 이들 대부분 핵심 기술은 전부 미국과 캐나다에서 들여왔다. 건설 단계 또는 전기 생산량에 비례해 로열티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현대차의 이번 시범사업은 순수 국내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향후 정부 차원의 인프라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번 연료전지 발전 시범사업을 두고 “현대차가 추진 중인 연료전지 시스템 영토확장의 첫 걸음”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투싼ix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다. 사실상 유일한 경쟁상대인 일본 토요타(수소전기차 미라이)보다 1년 앞선 성과였다.
현재 토요타 미라이는 전기모터 출력 113㎾를 내는 반면, 현대차 2세대 수소전기차(넥쏘)는 120㎾를 낸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토요타 미라이(502㎞)보다 현대차 넥쏘(590㎞)가 앞서 있다.
아직 뚜렷한 격차가 없이 치열한 기술경쟁이 시작된 만큼 안전·충전기준 표준화 등 초기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됐다.
이 시점에서 토요타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과 동맹해 수소전기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세계 9000만 대 가운데 연간 2500만 대의 차가 팔리는 거대 중국과 손잡고 수소전기차 확대를 노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2030년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 70만 기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20만 기를 다른 완성차 메이커와 선박, 열차 기술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일본 토요타가 자동차에 집중하는 반면, 현대차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이용해 선박과 중장비는 물론 수소전기열차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이번 발전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연료전지 시스템의 당위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는 일본 정부가 추진한 수소전기열차 사업을 보이콧했는데 기술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는 자동차 이외로 눈을 돌리면서 기술 활용도 측면에서 오히려 토요타를 앞서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