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날 120억 달러(약 13조704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아람코는 100억 달러어치를 발행하려 했으나 폭발적인 수요에 이를 120억 달러로 늘렸다.
아람코는 5종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는 10억 달러, 5년 만기는 20억 달러, 10년과 20년, 30년 만기 회사채는 각각 30억 달러 발행했다.
이날 회사채 발행에는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요가 몰렸다. 7일 시점에 수요가 약 300억 달러였는데 이틀 만에 세 배 이상 급증하며 신흥시장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아람코는 사우디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통상적으로 회사채는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은데 이러한 법칙이 뒤집힌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람코의 10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비슷한 만기의 사우디 국채보다 12.5bp(bp=0.01%포인트) 낮다.
블룸버그는 아람코가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하며 세계 최대 순이익을 낸 기업이라는 위용을 보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발표한 지난해 아람코의 순이익은 총 1111억 달러로 애플(593억 달러)과 삼성전자(383억 달러)의 순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뉴욕 소재 투자업체 누버거버먼의 밥 서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드쇼에서 공개된 자산 및 현금 유동성을 보았을 때 아람코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이라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람코의 회사채 발행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이 지난주 미국 뉴욕과 시카고, 일본 도쿄, 싱가포르 등에서 로드쇼를 진행한 것도 아람코의 성공적인 데뷔를 도왔다. 지난해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국의 반체제 저명 언론인인 자말 카쇼기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아 일부 기업들이 사우디가 얽힌 투자 유치를 꺼렸는데, 이번 로드쇼 덕분에 사우디에 대한 냉각된 시각이 크게 완화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아람코의 신용등급을 각각 ‘A+’와 ‘A1’으로 평가했다. 이는 사우디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것이다. 이날 아람코의 회사채 발행 성공에 무디스는 “아람코의 현금 유동성을 보았을 때 AAA 신용등급의 기업과 충분히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691억 달러 규모 사우디 정유업체 사빅 지배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사상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면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의 일환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명하게 자금을 공개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이번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면서 그간의 불안을 완전히 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