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최근에는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효성그룹 총수 일가가 회삿돈으로 자신들의 형사사건 변호 비용을 지출했다는 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최근 일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효성 법무팀장과 재무관계자, 과거 그룹 지원본부장을 지낸 계열사 대표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아들 조현준 현 회장 등 효성 일가의 형사사건과 관련, 효성그룹 회삿돈 수십억 원이 변호사 선임료 등 이들의 개인 소송비용으로 지출됐다는 첩보를 지난해 9월께 입수해 수사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최근 조사한 참고인들을 상대로 당시 특정 변호사들과 법률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자금 지출 내역, 이 같은 의사 결정에 그룹 내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은 그간 전직 검사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을 포함한 여러 변호사들과 법률 자문을 계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효성과 계약한 변호사들이 명목상으로는 회사 경영 전반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맡는 것으로 하되, 실제로는 그룹 총수 일가 개인의 형사소송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변호사협회와 국세청 신고 자료 등도 확보해 법률 계약 내용과 실제 변호 활동 간 차이가 있는지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경찰은 변호사들이 전관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사건 수임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총수 일가 개인 사건을 ‘몰래 변론’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효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기각돼 회사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한편 효성그룹은 이번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2월부터 (주)효성을 비롯해 효성TNS(옛 노틸러스효성) 등 일부 계열사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