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세종에서 5일 일하면 5급, 하루 머물면 1급

입력 2019-04-07 18:32 수정 2019-04-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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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대다수 이전했지만 청와대·국회 등 아직 서울에... 사무관만 '세종' 비효율 극치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A 과장은 오랜만에 세종 사무실에 왔다. 지난 한 달간 세종에 얼마나 왔는지, 돌이켜 보니 딱 세 번 사무실 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났다. 분당이 집인 A 과장은 서울, 분당, 세종을 왔다 갔다 하는 ‘길과장’이 된 지 7년째다. 길과장은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3월 28일 코레일이 KTX 개통 15주년을 맞아 이용 구간별 하루 이용객 수를 발표했다. 서울에서 세종청사가 있는 오송까지의 이용객은 하루 5000명에 달했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7년이 됐다. 현재 세종시에는 43개 중앙행정기관이 있고, 8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곳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장·차관은 서울, 실·국장 및 과장은 길, 사무관은 세종에 머무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행정 비효율의 극치다.

“1급 공무원은 세종시에 머무는 날이 하루라 1급이고 5급 공무원은 세종시에 5일 머물러 5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갑’인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중앙행정기관 대다수가 세종으로 이전해 ‘따로 노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은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조사 결과 장·차관이 세종에서 근무하는 날이 월 평균 4일 정도에 그친 걸 지적한 발언이었다.

수시로 열리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장관이 출석하면 국ㆍ과장이 수행하고, 이들이 움직이면 그 밑의 실무 직원들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관급 회의를 포함해 다른 중요한 회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열린다. 그러다 보니 과나 국별로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이 사실상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외부 유출 우려에도 업무자료를 카톡으로 주고받는다.

세종에 틀어박혀 있는 5급 공무원들은 현장 접촉이 줄어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B 사무관은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하는데 세종에만 있다 보니 통계가 중심이 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서울~세종을 오가는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보좌관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행정학회의는 세종시 이전으로 공무원 출장비용은 연간 1200여억 원,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은 2조8000억∼4조8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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