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수입 안정을 위해 시범 도입한 ‘농업수입보장보험’이 예산 부족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주로 수확량 감소를 보상하는 다른 농업보험과 달리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 피해도 보상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지만 예산이 부족해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로또 보험’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7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양배추 수입보장보험에 가입한 농지 면적은 81㏊로 가입 대상 지역(3173㏊)의 2.2%에 불과하다. 양파 수입보장보험도 가입 대상 지역(6013㏊) 중 3.5%(212㏊)만 가입했다. 이처럼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데, 이 보조금 예산 한도 때문에 가입을 원하는 농가 수요를 받아줄 수 없는 형편이다. 일부 품목은 선착순으로 보험 가입을 받아도 하루 만에 예산이 동났다. 이 보험이 감당하지 못하는 과잉공급 물량은 결국 산지 폐기나 정부 수매 등 과거처럼 정부 지원에 의존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양배추와 양파는 올해 가격이 급락한 대표적 작물이다. 평년보다 값이 각각 27.9%, 19.2%나 떨어졌지만 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농민들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김수일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보험료 조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예산 부담을 늘리지 않아도 농업수입보장보험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