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간 믿고 기다려준 채권자들에게 상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은 책임 경영을 회피하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웅진에너지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과 운용사, 기관들이 자금 수혈에 손을 뗀 웅진그룹의 행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웅진에너지는 자본잠식과 감자를 겪고 지난달 27일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황으로 상장폐지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로인해 웅진에너지는 기발행한 1135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4·5회차 전환사채(CB)는 개인투자자들의 원리금 603억 원이 남아있는 것은 물론, 산업은행 등 기관투자자가 변동금리부외화사채(FRN)로 투자한 6회차 382억 원, 자산운용사와 기관 9개가 투자한 7회차 150억 원 등 미상환 상태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117억 원이 발생했다. 누적결손금이 3642억 원,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226억 원 많다. 모기업인 웅진그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자금 수혈에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더 이상은 중국기업과 경쟁해 가격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그룹 역시 추가적 지원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인한 기한이익상실 문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의 이 같은 대응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위해 2조 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올해 말까지 단기차입금 2000억 원을 상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웅진에너지의 지원과 관련해서는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2011년 12월 웅진에너지는 우리투자증권(현NH투자증권)을 통해 12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팔았다. 그러나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2015년 사채의 만기를 올해 12월 19일로 연장하고 10%는 현금상환, 90%는 출자전환이나 CB로 차환발행했다.
웅진에너지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 관계자는 “2조 원의 자금을 들여서 코웨이는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애초에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8년 간 기다려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과 채권자들과의 약속을 져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웅진그룹의 방관이 사태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실제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8월 자본잠식 상황 해소를 위해 금융자문을 받아 감자 등의 계획을 웅진그룹 측에 전달했지만 그룹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의 책임론이 거센 이유다.
투자업계는 그룹의 추가 자금지원이 없는 한 웅진에너지가 결국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들어가면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는 지분 68%는 감자돼 없어진다고 봐야한다”며 “채권자 입장에서도 잘 건져봐야 10% 정도 선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은 2014년부터 웅진에너지를 지키기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며 노력했다”며 “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그룹의 결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