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파주(임진각~도라산 전망대~철거GP)와 철원(백마고지 전적비~DMZ 공동유해발굴 현장~화살머리고지 비상주GP), 고성(통일전망대~해안철책~금강산 전망대) 등 3곳을 DMZ 평화둘레길로 조성하고 이달 말 모두 개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성지역만 이달 말부터 시범 운영하고, 파주와 철원은 일단 보류하는 것으로 바꿨다. 정부는 이날 “파주 및 철원지역 둘레길도 방문객 접수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어서 개방할 예정”이라며 “상설 운영 시기는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한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늦어도 5~6월 중에는 파주와 철원지역도 개방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파주와 철원지역을 일단 보류한 것에 대해 ‘방문객 접수를 위한 준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대책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파주와 철원 둘레길은 정전협정 규정상 유엔군사령관의 승인 없이는 민간인 출입이 불가한 DMZ 내에 조성한 반면 고성 둘레길은 DMZ 밖에 있어 파주와 철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고성 둘레길을 먼저 시범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MZ 내 지역은 남북한 군의 수색조가 정기적으로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어서 ‘총성’만 멎었을 뿐 상시 충돌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곳이다. 신변안전 보장대책이 미흡할 경우 자칫 우발사고가 나기 쉬운 곳이 DMZ인 것이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내 GP(감시초소)를 모두 철거하고, 평화지대로 만들자고 합의한 것도 이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아예 없애자는 취지에서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큰 DMZ 내에 ‘평화 관광’ 사업을 하려면 북한과 조율을 거쳐야 한다. 남측이 진행하려는 사업에 대해 북측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만 우발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에 ‘DMZ 둘레길’ 계획을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해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시점에 북한에 알리고 협의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가진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도 끝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4월 말 이전에 유엔사와 관련 절차 협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3곳의 DMZ 둘레길 추진과 관련한 안전보장 조치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기자들의 지적과 질문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