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으로 운영됐던 혁신성장본부가 관 주도의 혁신성장추진기획단으로 축소돼 업무를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1일부터 혁신성장본부를 관계부처 합동 혁신성장추진기획단으로 개편·운영한다고 밝혔다. 임시조직이었던 혁신성장본부가 상설조직으로 바뀌면서 업무 효율성은 높아지게 됐지만, 민간이 참여할 길이 막혀 관제기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획단은 1단 4팀으로 구성된다. 기재부에선 성일홍 전 국고보조금관리단장이 단장을, 박홍진 전 미래전략과장과 정한 서기관(4급)이 각각 혁신성장기획팀장과 혁신성장투자지원팀장을 맡는다. 혁신산업팀장과 플랫폼경제팀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급이 각각 담당한다.
각 팀은 △혁신성장 전략기획 수립과 구체화 △투자프로젝트 전담반 운영 등 투자 애로 해소 △혁신성장 유망 산업 분야 발굴·지원 △데이터·인공지능(AI) 등 혁신기반 구축·지원을 추진한다. 조직 규모는 35명 내외로 기존 혁신성장본부와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모든 파견 공무원은 전임근무가 된다. 본부 체제에선 파견 공무원들이 겸임(지원)근무를 하던 구조였다.
조직 상설화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원들이 혁신성장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며 “다만 조직에 그칠 게 아니라 실제로 기획단이 혁신성장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사라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민간 공동본부장이 폐지된 대신 민간 전문가 5명이 전문임기제(5급 상당)로 참여하지만 실무역에 그친다. 민간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취지다. 기획단과 민간의 가교 역할은 190여 명의 자문위원단이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이라고 한다면 혁신의 주체인 민간이 현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공무원들이 모든 걸 만들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규제개혁 등을 통해 분위기만 만들어주고 혁신은 민간에 맡겨야 하는데, 지금껏 그 역할을 안 해놓고 조직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어불성설한다”이라고 비판했다.